
2020년 2월 4일 화요일 오늘은 저녁 마탕가힐을 가는 정도의 일정이다. 늦게 일어나 빨래하고 전화 통화 하니 이미 점심때다. 한국식 탈리인 백반을 먹으러 가서 아침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쓰리랑카, 첸나이 숙소 예약하고 좀더 알아보다가 잠들었다. 일어나니 늦은 오후 슬슬 나가본다. 마탕가힐은 앞길 뒷길이 있어서 뒷길로 오른다. 그늘이라 걸을만 하다. 힘들긴 하지만 올라가야 멋진 뷰가 있으니 오를 수 밖에 없다. 정상에 오르니 우와 어제 갔던 하누만 사원과 강 길이 보이고 함피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녁까지 시간이 남아 여기를 둘러봐도 돌 저기를 둘러봐도 돌 어쩜 이런 곳이 다 있냐 싶었다. 마치 거인들이 공깃돌 놀이라도 하려고 모아놓은듯이 많다. 신기한 동네다. 석양즈음되니 순식간에 많은 사람..

새벽에 너무 더워서 깼다 바깥 창이 없는 방에는 바람 한점 안든다. 천장의 대형팬은너무 쌔다. 어찌할바를 모를 답답증이 와서 방 밖으로 나간다. 시원한 바람은 불고 그 사이로 소똥과 염소똥 냄새 그리고 모기가 괴롭힌다. 옥상에 가본다. 바람은 좋은데 또 모기가 많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방으로 들어오니 다시 답답하다. 내가 여행을 떠난 이후 알게 된 내 몸은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다시 들어와 선풍기를 트니 너무 추워서 얼룩말이 못잔다. 그 다음 선택은 바닥이다. 자다가 뜨거워 지는건 매트리스가 내 몸의 열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타일바닥에서 자니 뜨겁지는 않아 잘 수 있었다. 새벽녁 얼룩말이 일출을 보러 간다길래 난 못간다 하고 잤다. 늦은 아점을 먹으러 식..

버스는 달리고 달렸다. 힘들긴 했다. 전날 먹은 샌드위치가 소화가 안되서 버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함피에 도착했다. 전날의 싸늘함은 조금 괜찮아지는가 싶었다. 무튼 내려서 숙소를 찾아갔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다. 자는 주인을 깨우지 못하고 계단에 쭈구리고 앉아있다가 동이 트여오고 밝아지자 인기척이 난다. 모기에 엄청 뜯겼다. 아직 체크인을 할 수 없다 해서 짐만 두고 일출을 보러 갔다. 미리 포스팅을 봤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돌이 많다. 얼마나 많은지ㅠㅠ 암튼 시야가 트인 곳으로 올라 뜨는 해를 바라보았다. 아 가면서 얼룩말이랑 또 쨍하게 붙어서 멀찍이 앉아서 봤는데 어느순간 뒤돌아 보니 없다. 흥 칫 뿡 저 아래 마을을 보니 슬렁 슬렁 걷는게 보인다. 나도 내 갈길을 가련다며 걸어본다. 어느 왕국의 수..

문득 눈을 떠보니 새벽 6시. 해 뜨는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일출을 보러 나갔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 보기로 했다. 어제 만큼 멋진 구름은 없었지만 흐린 구름 사이로 동그란 해가 불쑥 솟아올랐다. 한 서양인 외국인은 건축물 위로 올라가 요가를 하고 있다. 주변에 널린 큰 바위들도 많은데 굳이 지붕 위로 올라가서 본인과 문화재 모두 위험하게 저래야 하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인도인이 나타나서 내려오라고 한다. 서양인은 한참이나 납득이 안 가는지 인도인에게 열심히 따진다. 옆에서는 원숭이가 관광객에게서 강탈한 바나나를 먹고 있다. 알맹이만 쏙 골라먹고 바나나 껍질을 휙 버리면 옆에 있던 소는 바나나 껍질을 주워 먹는다. 소를 신성시하는 나라에서..

고아에서 함피로 넘어가는 날이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타는 시간대를 피해서 일찍 나서려고 부지런을 떨었다. 전날 기분이 좋지 못한체로 잠들어서 아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각자 할일을 하고 길을 나선다. 버스 스탠드로 가니 학교가는 아이들과 어른이 몇명 있다. 차에 타고 운전석 옆에 가방을 두라고 해서 가방을 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인도인 체형에 맞춘 의자는 터무니 없이 좁고 옆에 안전바는 더욱 좁게 만들어 쥐가 날뻔한다. 혼자 자리를 옮겨 앉는다. 빤짐까지 가는 버스라 계속 앉아있었다. 두시간 정도 간거 같다. 버스에서 내려 건너편 시외버스 예매하는 곳으로 가서 함피표를 예매하려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표 카운터가 열린다. 790이라는 포스팅을 보고 갔는데 800이길래 올랐나..

전날 바닷가의 멍때림도 빛에 물드는 바다도 너무 좋아서 하루를 더 있기로 하고 내일 일찍 버스 타기에 더 좋을거 같은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주인이 없어서 방황하다가 주인아저씨가 왔다. 방 상태는 그냥 그냥 청소가 안되어 있다고 있다가 오라고 해서 짐을 두고 나갔다. 와블루를 갔는데 얼룩말 입에 음식이 맞지 않다. 거의 안먹어서 내가 두 메뉴를 다 먹었다. ㅠㅠ 다시 숙소에 들러서 좀 더 간편하게 짐을 꾸려서 다시 나가본다. 전날 갔던 선베드로 가서 눕는다. 오늘은 꽤 긴시간을 누워 있는다. 바람도 좋고 다행히 그집에서 시킨 간식은 맛이 괜찮았다. 인터넷도 하고 바다도 보고 잠도 자고 바람도 느끼고 간식도 먹고 그야말로 한량이다. 해가 넘어갈 시간 다시 빛속으로 들어간다. 길게 드리우는 빛은 주변을 아름..

오전 6시 함피에 도착했다. 릭샤 기사들이 단돈 10루피에 숙소로 데려다준다며 붙었다. 걸어서 5분 거리라서 그냥 걸었다. 아직 새벽이라 숙소 주인을 깨우기가 미안해서 우리는 바깥에서 기다렸다. 7시가 넘어 숙소 주인분이 나오셔서 짐을 맡기고 동네를 구경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돌들이 사방을 둘러싼 기이한 모습의 마을이다. 과거 비자야 나가르 제국의 수도였던 흔적들이다. 종교와 문화를 융성시키며 번영을 누렸던 강대국이지만 이슬람 용병 출신 장군의 배신으로 몰락하고 폐허가 되었다. 이 나라의 재밌었던 법 중 하나가 도둑이 들면 경찰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범죄자 체포보다 범죄 예방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다는 인권 선진국이었다. 큰 돌산들 사이로 구름에 가려진 아침 해가 살포시 떠오른다. 서둘러서 카..

악몽 같은 숙소를 일찍 떠나고 싶어서 아침 7시부터 서둘렀다. 걸어서 10분 정도 걷다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니 빤짐행 버스가 나타났다. 1시간 정도를 달려 빤짐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함피행 버스 티켓을 예매했다. 저녁 8시 슬리핑 버스로 가격은 1인 790 루피다. 클락 룸에 짐을 맡기고 나서 올드 고아를 갔다. 봄 지저스 성당 근처를 둘러보는데 예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한쪽 외벽에 상영 중이었다. 오래전에 봤던 지저스 크라이스트가 떠올랐다. 주변에 성당 말고는 더 둘러볼 것이 없어 빤짐으로 왔다. 점심을 아무리 천천히 먹어도 한참이나 남은 저녁까지 뭐 하며 지내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제의 감정 폭발의 여파로 아직까지 앙금이 가시지 않은 메뚜기는 카페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는 둥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