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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246 "빤짐에서 함피로"

4번얼룩말 2020. 2. 2. 23:39

악몽 같은 숙소를 일찍 떠나고 싶어서 아침 7시부터 서둘렀다.

걸어서 10분 정도 걷다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니 빤짐행 버스가 나타났다.

 

1시간 정도를 달려 빤짐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함피행 버스 티켓을 예매했다.

저녁 8시 슬리핑 버스로 가격은 1인 790 루피다.

클락 룸에 짐을 맡기고 나서 올드 고아를 갔다.

 

봄 지저스 성당 근처를 둘러보는데

예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한쪽 외벽에 상영 중이었다.

오래전에 봤던 지저스 크라이스트가 떠올랐다.

 

주변에 성당 말고는 더 둘러볼 것이 없어 빤짐으로 왔다.

점심을 아무리 천천히 먹어도

한참이나 남은 저녁까지 뭐 하며 지내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제의 감정 폭발의 여파로 아직까지 앙금이 가시지 않은 메뚜기는 

카페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는 둥 계속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그 말에 또 기분이 상해서 

홧김에 말도 안 하고 혼자 길거리를 쏘다녔다.  

어차피 버스는 저녁 8시니 그때까지 돌아갈 심산이었다.  

 

생각해보니 지갑은 메뚜기가 다 가지고 있고

나는 물 한병 사 먹을 돈도 없었다.

돈이 없다 생각하니 더 목이 말랐다.

 

아까 점심에 목이 말라 하이네켄 두 병을 연거푸 마셨더니

더 갈증이 나기도 하고 슬슬 졸리기도 했다.

공원에 갔다. 많은 인도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나도 한편에 자리를 잡고 같이 누웠다.

 

세 시간 지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아직도 네 시간이 남았다.

배도 고프고 목이 말랐다.

 

해변가를 가볼까 했는데

짐이 무거웠고 어깨가 아팠다. 

결국 터미널 근처 다른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벤치에 앉았는데 맞은편 벤치랑 마주 보게 되어있는 구조다.

맞은편에는 언제부터 졸고 계셨는지 모르는 인도 아저씨가 있었다.

나도 앉아서 졸았다.

 

우리는 네 시간 동안 서로의 조는 모습을 마주하며

누가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을 하며 보냈다.

자다 지겨우면 노래를 듣고

옛 추억이 담긴 베트남부터의 사진을 찬찬히 봤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사소한 것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먼 훗날 지금을 떠올리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싶었다.

 

6시 반 쯤 터미널에 가서 메뚜기를 만났다.

아직까지는 서로에게 툴툴 거리다가

2인 슬리핑 버스 칸에 함께 누웠다. 

 

함피행 버스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속이 울렁거렸다.

이것 저것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눈을 질끈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깨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