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글을 쓰는 마지막 날이다. 채우지 못한 중간의 여백들은 의미없는 나날을 보냈을 뿐이다. 카파도키아에선 벌룬이 뜨지 않았고 앙카라에서는 계속 우울하고 심란한 마음에 숙소에만 쳐박혀 지냈다. 야심차게 3년을 채우겠다는 호언 장담이 무색하게 채 300일을 채우지 못했고 귀국도 결국 나 혼자 하게 되었다. 어떻게 떠난 여행인데 ...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잠잠해 질 것 같았던 코로나는 점점 더 상황이 악화돠어 갔다. 내가 제3국과 귀국 사이를 고민하는 사이 항공편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갔다. 국경이 폐쇄되고 관광지가 문을 닫는 판국에 더 이상 여행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속상하다. 이렇게 끝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숨 고르자고 떠난 여행인데 한숨 가득한 여행이 되었다. 그동안 경비를 아껴가며 여행했던 게 ..
유럽 전역과 세계 곳곳에 코로나가 퍼지면서 나라를 옮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게 되었다. 나는 미리 들어와서 괜찮은데 점점 얼룩말이 걱정이 된다. 원래의 루트라면 조지아로 갔다가 유럽인데 이게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만약 길어진다면 적잔이 스트레스가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 얼룩말이 연락이 안되면서 멀리 있는 나도 걱정이 된다. 같이 왔어야 했는데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좋지 않다. 정말 우리 일정에 이런 큰변수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대여 부디 아프지마라!

이제 슬슬 시차는 적응을 하는것 같다. 한국은 코로나 때문에 재난 상황이 맞다. 감염병을 피해 왔지만 난리다. 물론 지금은 외국도 슬슬 퍼지면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다행히 시골집은 매우 시골이라 마스크를 하지 않고도 지낸다. 농촌은 이제 농사 시작이다. 작년 여름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던 우리집은 아직도 수해복구 중이다. 오늘은 금송나무 밭에 밀려들어온 돌들을 골랐다. 산에서 내려온 흙과 돌들은 밭을 가득 메웠었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돌을 거의 감자 캐듯이 흙 속에 있는 돌들을 파고 담고 옮겨서 하루종일 일을 한다. 팔이 후들거리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농사 준비를 하고 정착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느끼는 것이 돈이 필요하고 물건이 필요하다. 유목민인 여행객은 가방을 늘리면 안되고 꼭 필요한것..

예정대로라면 파묵칼레로 이동하기 전에 몇 군데를 더 들릴 생각이었으나 겨울 비수기에 휴양지를 혼자 가봤자 쓸쓸함만 더할 것 같아 모조리 건너뛰었다. 터키를 시작으로 유럽을 돌아보겠다는 계획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나날이 힘들어 가는 상황에서 여행을 지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일 정도로 의욕이 없는 나날이다. 바스마네 기차역에서 4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데니즐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했다. 파묵칼레는 관광지 말고는 별로 할 것 없는 도시였다. 하지만 잦은 이동에 지치고 빨래도 해야 하기에 3일을 머무르기로 했다. 만일 다시 가라면 데니즐리에서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이후 동선 짜기에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은 많으므로 파묵칼레는 내일 가기로 하고 빨래를 하고 쉬다가 동네 산책..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냥 무시하기엔 제법 굵은 비다. 비가 오더니 숙소에 정전이 되어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우비를 챙겨 입고 와이파이 되는 곳이 있으면 몇 시간 보내려고 생각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몇 군데를 돌아다녀 봤으나 오픈된 와이파이가 없어서 그냥 햄버거만 먹고 돌아왔다. 숙소에 누워 빗소리를 듣다가 음악을 듣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문득 깨보니 빗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길래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아직도 시커먼 구름이 도시를 집어삼킬 듯 잔뜩 몰려 있었다. 잔뜩 흐린 날씨, 어둡게 변한 도시 속에 숨어서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저 멀리 하늘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밝은 빛은 점차 멀어지고 희미해져만 갔다. 마치 희망처럼 희망을..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바스마네 기차역으로 가서 셀축행 기차표를 샀다. 자유석이라서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되는 기차였다.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셀축. 근처 미니버스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우선 쉬렌제 마을로 향했다.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쉬렌제 마을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거리 곳곳마다 와인을 판매하고 있고 인테리어며 각종 기념품들도 와인병을 활용했다. 여기 저기서 한국말로 말도 걸어준다. 요즘엔 한국말로 말 걸어주는 사람들이 반갑다. 그중 한 식당에서 스파게티와 카푸치노를 먹었다. 다시 셀축으로 와서 이번엔 에페소로 향했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100 리라 = 약 2만 원) 속이 조금 쓰리다. 나초 과자 하나 사서 천천히 걷는데 고양이가 와서 멀뚱히 쳐다본다. 달라는 건가 싶어 하나..

오전 7시. 아직 잠이 덜 깨서 정신이 혼미하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생각 같아서는 부르사에 조금 더 오래 있으면서 소도시들을 하나씩 방문하고 싶었으나 숙소가 별로였다. 근처의 숙소들은 혼자 쓰기엔 비쌌다. 7시 30분. 숙소에서 나와 38번 버스를 타는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서 부르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바로 10분 뒤 이즈미르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빵 하나와 콜라를 사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 내부도 깔끔하고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커피와 차 비스킷을 제공해주는다는 점이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터키의 풍경들이 맘에 든다. 낮은 언덕들 사이로 키 작은 관목들이 듬성듬성 심어져있기도 하고 드넓은 평야가 나타났다가 산이 우뚝 솟아 있..

부르사 근교에는 매력적인 소도시들이 많다. 그중에 주말르크즉 마을을 가보기로 했다. 주말이니까. 며칠 흐렸던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날씨가 화창하다. 울루 자미 맞은편 정류장에서 D-10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쳤다. 그 후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기다리는 동안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 이해하게 되었다. 시시한 농담 하나 건넬 상대 없는 그 지루한 기다림은 영겁처럼 느껴졌다. 여우가 먹지 못하는 신포도를 두고 느끼는 감정이 불쑥 올라오기도 했다. 그까짓 껏 안 봐도 그만이다. 하면서 슬슬 포기하고 싶어 진다. 함께 였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서로를 다독이지 않았을까 잠시 후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려 주말르크즉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