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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글을 쓰는 마지막 날이다.
채우지 못한 중간의 여백들은
의미없는 나날을 보냈을 뿐이다.
카파도키아에선 벌룬이 뜨지 않았고
앙카라에서는 계속 우울하고 심란한 마음에 숙소에만 쳐박혀 지냈다.
야심차게 3년을 채우겠다는 호언 장담이 무색하게 채 300일을 채우지 못했고
귀국도 결국 나 혼자 하게 되었다.
어떻게 떠난 여행인데 ...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잠잠해 질 것 같았던 코로나는
점점 더 상황이 악화돠어 갔다.
내가 제3국과 귀국 사이를 고민하는 사이
항공편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갔다.
국경이 폐쇄되고 관광지가 문을 닫는 판국에
더 이상 여행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속상하다. 이렇게 끝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숨 고르자고 떠난 여행인데
한숨 가득한 여행이 되었다.
그동안 경비를 아껴가며 여행했던 게 이렇게 비행기 값으로 날아가니 후회스럽다.
이럴거면 그냥 펑펑 쓰다 올 것을.
행복은 유예될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 여행을 진행하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소한 행복을 놓쳤을까.
나는 늘 다음 숙박. 다음 교통. 다음 여행에 신경이 곤두 설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다음. 다음. 다음.
그러면서 메뚜기의 지금은 번번히 놓치고 말았다.
함께 떠나서 혼자 보낸 미안함이 크다.
이제 다시는 이렇게 배낭여행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여행 자체가 이제 내겐 흥미가 없어졌다.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고
현재를 또 충실하게 살아봐야 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