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새벽 4시 30분.

나짱에 도착했다고 버스에서 내리라고 한다.

숙소와의 거리는 제법 돼 보이고, 초행길에다가 새벽이다..

이런 경우가 제일 난감하다.  택시비가 얼마 나올까 맘을 졸이는데 생각보다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해변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숙소에 도착했다. 밖의 문은 굳게 잠겨있다.

숙소 앞에 앉아 있으니 사람들 모두 수건 하나씩 챙겨 들고 해변으로 향한다.

마치 목욕탕 가는 사람들 처럼.

 

곧 해가 뜰 시간이므로 나도 해변가를 향해 걸었다.

이른 아침부터 해변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신성한 갠지스강에서 목욕재계하는 인도인들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수평선 저 너머로 해가 살며시 고개를 든다.

베트남 여행 중에 이렇게 일출을 제대로 본 적은 처음이다.

경이로운 자연의 빛.  언제 보아도 황홀하다.

메뚜기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피곤한지 숙소 앞에 앉아 쉰다고 했다.

 

숙소 문이 열리자, 짐을 맡아 주고 시내 구경을 갔다.

첫 번째는 나짱 대성당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예수님의 12제자의 조각상과 수난을 담은 조각들이 곳곳에 있고

거룩한 성전 앞에서 사랑의 서약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로 내리는 빛은 찬란하며 강렬했다.

 

성당에서 천천히 20분 정도 걸으면 롱선 사원이 나온다.

거대한 부처님 와상과 좌상이 있는 곳이다.

성당이 따뜻함이라면 사원은 경건한 마음이 든다.

저마다의 기도를 향에 담아 부처님에게 기도하는 사람들로 역시나 여기도 북적인다.

 

그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포 나가르 사원.

힌두교 색채가 있는 사원이고 곳곳에 힌두교를 상징하는 조각들이 보였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종교 투어를 한 셈이 되었다.

 

하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 범신론의 힌두교까지.

지척이면 닿을 거리에 있는 서로 다른 종교들.

모든 종교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진리는 같아 보이지만 

기어코 그 차이를 만들고 편을 가르는 인간들이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