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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이 상실한 채 외딴 곳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뭘 해도 사실 기분이 나아지지 않지만
뭐라도 해야겠기에 아침에 길을 나섰다.
날씨는 우중충했고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빵집에서 빵을 사서
살짝 비를 맞으며 우걱우걱 씹으며 도시를 걸었다.
스산한 기운에다가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고 무표정했다.
눈만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해주고
발걸음만 떼어도 어딜가냐고 묻던
아시아의 따뜻함이 오늘 따라 그립다.
언젠가 사람이 지독히 그리워지면
나는 다시 아시아를 찾게 되겠지.
으르간드 다리를 중심으로 한 바퀴 산책을 했다.
아직 상점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무기력은 쉽게 몸도 지치게 하는지
한 시간만 걸어도 피곤했다.
다시 숙소로 와서 누웠다.
오후 2시까지 늘어져 있다보니
창밖으로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며
어서 나가보라고 채근했다.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나갔다.
오후가 되자 거리에는 사람들의 활기가 넘쳐났다.
울루 자미, 톱하네 공원, 으르간드 다리를 둘러보고
케밥 맛집이라는 곳을 찾아가봤으나
손수 문까지 열어주는 고급스런 곳이라
혼자 방문하기에는 뻘쭘했다.
그냥 노천 식당에서 미트볼을 먹었다.
4일 만에 제대로 먹는 한 끼였다.
부르사는 근교 도시들이 매력적이라는 데
모두 멀리 떨어져 있다.
내일은 하루 시간을 내서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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