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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맑던 하늘이 흐릿하고
빗방물이 하나 둘 씩 떨어진다.

오전 8시. 숙소를 나와서 기차역으로 갔다.
다행히 비는 잠시 멎었다.

편안하고 좋았던 숙소를 너무 일찍 나서는 게 아쉬웠다.

8시 47분 기차를 타고 누와라엘리야가 있는
nanu oya 역으로 출발했다.

선풍기가 달려있는 1등석 좌석이었다.
기차는 마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탈리는 것 같은 속도와 승차감이었다.

좌우로 흔들림이 너무 심해서 이리 저리 춤을 추듯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아름다운 차 밭을 구경하기에는 기차 진행방향의 오른편에 앉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아쉽게도 왼편 더구나 역방향이었다.
드 넓은 차 밭은 제국주의 시대 영국의 탐욕만큼이나 끝이 없었다.

아시아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는 식민지배의 잔재.
그리고 그곳에서 푼돈을 받고 일하는 현지인들과 대비되는 관광객들은 너무나 서글픈 현실이다.

4시간이 걸린다던 기차는 5시간 가까이 되어서야 나누오야 역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무료 픽업을 나와준 청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역에서 다음 행선지인 하푸탈레 기차표를 예매하고 차로 20분 남짓 달려 숙소로 도착했다.

시내 중심가에서도 제법 떨어진 홈스테이 숙소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부부내외와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무척 수줍어 하는 남녀 아이들 두명 그리고 사람 좋아하는 고양이가 우리를 반겼다.

웰컴 티와 생강쿠키를 내어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 숙소를 지은 지 얼마 안되어서 우리가 3번 째 손님이고 한국인은 첫 번째라고 하셨다.

집이 깔끔하고 전망도 좋고 방도 널찍하며 수압고 좋고 와이파이도 빨랐다.

무엇보다 한 집에 방이 딱 한 개라서 프라이버스도 침해 받을 일이 없다.

아마 시내 중심가에 비슷한 숙소를 구하려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기차에서 파인애플과 사모사 한 개를 먹었지만 허기가 돌았다. 집에서 밥을 해주실 수 있다기에 한 시간 후에 커리를 부탁드렸다.

치킨 커리와 베지터블 커리를 시켰는데 밥은 밥솥 채로 나왔고 반찬으로 감자볶음 콩볶음을 포함해 4종류. 디저트로 허니요거트까지 주셨다.

정말 맛있어서 우린 과식을 했다. 오후 4시에 먹은 첫 끼니이자 오늘의 마지막 끼니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산책을 나갔으나 이내 계속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간간히 세차게 쏟아져 환급히 돌아왔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 까지 내내 비소식이다.
비오고 잔뜩 흐린데 숙소에서만 지내야 하나 걱정이다.

고산지대 답게 살짝 살쌀한 날씨라서 옷을 껴입었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이불이 주는 촉감이 좋다. 그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빗소리를 듣는다.

여행이 어찌 내 맘대로만 될까 싶다.
그동안 정말 날씨 운이 좋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