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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256 "캔디 보타닉 가든"

4번얼룩말 2020. 2. 12. 00:19

캔디에서도 툭툭 기사들이 하루 투어를 제안하긴 했지만

일정에 쫓기듯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하루를 온전히 보타닉 가든에 머물고 싶었다.

 

이왕이면 아침 일찍 가서

해가 부드러울 때 식물원을 즐기고 싶었다.

오전 7시 시작인 줄 알고 서둘러 갔다가

7시 30분이라는 말에 앉아서 기다렸다.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고

아침 조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제일 먼저 입장한 관광객이 되어서

직원뿐인 보타닉 가든을 마음껏 활보했다.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경쟁하듯 쭉쭉 뻗어 있었고

하늘과 풀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렀다.

햇빛은 나뭇가지 사이에 부드럽게 부딪치며

온화한 열기를 땅끝에 전달했다. 

 

우리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가지가 우거진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하늘과 바람과 나무의 숨결을 느꼈다.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은 하늘을 수놓으며

서로의 몸을 비비며 휘리릭 소리를 낸다. 

 

세찬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려도

수많은 가지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다시 원래의 평정을 찾아간다.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느껴보다가

자연스럽게 

자연 속으로 빠져 들었다.

 

잠시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허기가 졌다.

보타닉 가든 내 식당이 비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커피 한잔과 밀크셰이크 조그마한 샌드위치 2개에 2000 루피 가까이했다.

비싼 것에 비해 맛도 아쉬운 가격이었다. 

 

우리는 거의 6시간 동안 걷고 쉬고 눕고를 반복하며

식물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한낮이 되자

걷는 게 힘들어져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시내는 제법 떨어져 있기에

점심을 먹고 저녁거리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