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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를 다녀온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자
오스트리아 캠프를 가보고 싶어 졌다.
팀스나 퍼밋 없이도 갈 수 있고,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한 산행이라기에 부담이 적었다.
병호씨 말로는 별이 많은 그믐달 즈음이 나을 것이라고 해서
오늘로 날을 잡았다.
요 며칠 흐리더니 우리가 떠나는 날이 되자
거짓말처럼 다시 맑아졌다.
우리가 날씨 운은 좋은 편이다.
작은 배낭에 단출한 짐을 꾸리고
제로 킬로미터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들리는 길에 마주한 아오조라 일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20분쯤 걸었더니 제로 킬로미터가 나온다.
근처 경찰관에게 칸데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잠시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어찌해야 하나 싶었는데
옆에 현지인이 카레라고 하니 알아듣는다.
이곳 발음은 칸데가 아니라 카레에 가까웠다.
로컬 버스 뒷 자석의 공포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앞좌석이 비어져 틈에 잽싸게 앉았다
그런데 주변 아저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막 뭐라 하며 뒤로 가란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세히 보니 오른쪽으로 차례차례 앉아있었다.
좌석 선택은 승객의 권리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키는 대로 얌전히 뒷좌석으로 간다.
약 2시간의 비포장길을 달려 카레에 도착했다.
오스트리안 캠프라는 표지판이 잘 되어있었다.
중간중간 마을 주민들도 우리가 길을 헷갈려하면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
카레 마을도 1700m에 위치한 마을이라 꽤나 추웠다.
재킷까지 걸치고 길을 걷는데 오스트리아 캠프까지 꽤나 오르막이 있어서
초반에는 약간 힘이 든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많이 사는 마을답게
아이들도 많고, 정겨운 풍경이다.
쭉 걷다 보면 벌써 다 왔나 싶은 정도에 오스트리안 캠프가 있다.
더 위쪽으로 가려면 퍼밋을 따로 신청해야 한다.
우리는 병호씨가 추천해준 숙소에 머물렀다.
탁 트인 숙소 전망이 일품이었지만
아쉽게도 구름이 많았다.
동네를 돌아다녀봤자 갈 곳은 별로 없다.
한국인 스님이 거주하신다는 조그마한 근처에서 풍경을 보다가
그 바로 밑 식당에서 짜파게티를 판다기에 혹해서 물어봤더니 재고가 없단다.
약간 쌀쌀해서 몸도 으슬으슬하고,
워낙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
시끌벅적한 번잡함도 지쳐서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누웠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말소리는
자정이 되자 점차 잦아들었다.
여전히 예닐곱 명이 모닥불 앞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정이 넘어서 카메라를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듣던 대로 별천지였다.
메뚜기를 모델 삼아 이리저리 찍어봤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별 사진이었다.
점차 추워지는 날씨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이불을 꽁꽁 사매고 누웠다.
하지만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다시 나갈까 말까 연신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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