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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201 "ABC 트레킹 3일 차"

4번얼룩말 2019. 12. 23. 16:51

루트 : 뱀부 - 도반 - 히말라야 - 데우랄리 

 

오전 7시 30분 트레킹을 시작했다.

뱀부 숙소로 헬기가 날아와서 보니 물건들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실려가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뱀부에서 히말라야까지 걷는 구간은 그늘진 곳이 많다.

보통 해가 뜨면 덥고 땀이 나서

반팔 한장만 입고 트레킹을 했는데

 

오늘은 재킷을 걸치고 가도 살짝 쌀쌀한 날씨였다.

1시간 정도 걸어가니 도반이 나왔다.

체력이 괜찮다면 도반에서 하루를 머무르는 편이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 좋은 선택이다.

우리는 차 한잔을 마시고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어제 이곳에 머물렀던 민하 씨는

벌써 데우랄리를 향해가고 있을 테고

오늘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뱀부에서 히말라야 구간은 설산이 보이는 풍경이 없어서

살짝 지루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걸어야 힘이 나는데

묵묵히 걷기만 하니 더 힘들다.

 

그래도 히말라야 원숭이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얼굴이 흰 털로 덮인 귀여운 모습들이다.

 

도반에서 히말라야 구간은

땅이 얼어있고, 녹다만 눈이 다시 얼어서

미끄러운 구간이 제법 되었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싶다가

살짝 귀찮아서 그냥 올라갔다.

중간에 만난 한국팀들에게 물어보니

히말라야 숙소 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히말라야 숙소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데우랄리로 향해 걸었다.

 

데우랄리로 향하는 구간 부터는

지금껏 꿈꾸던 히말라야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장엄한 설산의 풍경이 우리를 압도하면

그저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들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을 조금 더 많이 찍고 싶었지만

춥기도 하고 서둘러 데우랄리 숙소에 가기로 했다.

숙소에 다가가니 민하 씨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데우랄리 롯지에 남은 방이 딱 1개라며 방을 줬는데

시끌벅적한 다이닝 룸에 딸려있는 방이었다.

잠시 짐을 풀고 나와보니

 

화창했던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구름이 잔뜩 올라오고 있었다.

서둘러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피곤해서 잠시 누워 잠을 청했다.

숙소가 생각보다 추웠다.

침낭을 껴안고 2시간쯤 자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니

 

다시 구름은 온데간데없고

황홀한 석양이 지고 있었다.

메뚜기를 불러 석양을 다시 보고

 

민하 씨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홀로 오신 아저씨 한 분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합석하게 되었다.

그분은 산을 좋아하시고 여행 경험도 풍부하신 분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문득

촘롱 이후 구간은 당나귀도 힘들어서 안 보이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했다.

아저씨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 포터들도 먹고살기 위해 촘롱까지만 당나귀를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해준 이야기도 흥미롭다.

원래 촘롱은 ABC 루트가 아니다. 

하지만 촘롱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촘롱을 끼워 넣게 되었고

원래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루트가 생겼다.

 

지금은 촘롱에 체크포인트가 있어서

촘롱을 거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세상은 낭만적인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해타산으로 움직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