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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 지누단다 - 촘롱 - 시누와 - 뱀부
지누단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오전 8시에 오늘의 산행을 시작했다.
촘롱까지 가는 길을 계속되는 오르막이었다.
그냥 걷기만 해도 힘든 길인데 배낭까지 있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이내 힘들다고 투덜 댈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무거운 짐을 잔뜩 실은 당나귀 떼들과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 앞에서 감히 힘들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다.
커다란 산을 품고 사는 마을의 숙명인 듯
사람들도 짐승들도 산처럼 거대하고 버거운 삶의 무게를 안고 산다.
30분쯤 올랐을까
짐을 나르던 네팔 분이 우리에게 약을 있냐고 물으신다.
무릎이 너무 아프시단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진통제뿐이다.
진통제 하나를 물과 함께 건네고
민하 씨가 가진 파스를 붙여드렸다.
고맙다며 환하게 웃으시고는
본인이 먹으려고 가지고 오신 귀한 바나나를 1개씩 나눠주셨다.
험준한 네팔 산지에서 부디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2시간을 올라 촘롱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촘롱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었다.
촘롱에 오면 주변의 설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진다.
하지만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산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여유 있게 가기로 했다.
설산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맛은 일품이다.
같이 있던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졸졸 따라오면서 촘롱까지 가이드해준다.
촘롱 지역에서 팀스와 퍼밋 검사를 하고 시누와 까지 향한다.
촘롱에서 시누와는 끝없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다.
그 사이는 길고 긴 출렁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발목 골절 후 내리막이 더욱 두려운 나는 속도가 늦어졌고
민하 씨는 제 페이스대로 우직하게 걸어 나가며
우리와 멀어졌다.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길이 험하지만 힘들 때마다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
힘든 것을 싹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저 멀리에는 설산이 보이고
바로 옆에는 푸르른 잎사귀들이 무성하다
올라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누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촘롱에서 차를 너무 많이 마셔서 별로 생각이 없었다.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민하 씨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당분간은 계속 마주칠 것 같은 인연이다.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뱀부까지 걸었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다.
내리막 길이라고 해서 결코 쉽지만은 않다.
나중에 다시 이곳을 올라올 생각에 아찔하다.
오후 4시.
무려 8시간의 산행 끝에 뱀부에 도착했다.
민하 씨는 1시간 30분을 더 걸어 도반으로 간다고 했다.
우리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제일 먼저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어차피 롯지는 거기서 거기고
더 이상 걸을 기력이 없다.
오늘은 하루 종일 어깨가 너무 아팠다.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어깨가 너무 결린다.
잠시나마 이곳 포터들의 삶의 고단함을 체험했다.
뱀부에서 우리는 ABC 오르기 전 마지막 샤워를 했다.
더 높은 고도에서는 고산 증세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씻지 않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샤워 후 저녁을 먹으며
고산병 예방에 좋다길래 차를 아주 큰 써모스 포트로 시켜서 홀짝홀짝 마셨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배가 불렀다.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이렇게 많이 마시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그 후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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