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록

세계여행 D+199 "ABC 트레킹 1일차"

4번얼룩말 2019. 12. 23. 15:39

루트 : 포카라 - 바그렁 터미널 - 마큐 - 지누단다

 

새벽부터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설친다.

아무리 다른 히말라야에 비해 쉽다고는 해도

결코 만만치 않을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가는 게 잘한 선택일까 싶다.

돈을 절약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내 짐은 내가 스스로 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힘들더라도 직접 매고 가보기로 했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택시를 잡아타고 Baglung bus terminal로 이동했다.

우리는 로컬버스를 타고 시와이로 이동할 계획이다.

시와이까지는 1인당 400루피였다.

저 멀리 보이는 마차푸차레의 설산이 우리를 흥분시킨다. 

 

아침을 간단히 먹을까 하다가 간단히 생수 2병만 샀다. 

우리 배낭이 꽤 크기 때문에 

버스 맨 뒷좌석에 배낭을 구겨 넣고

우리도 맨 뒷좌석에 앉았다.

 

7시 50분이 되자 

버스가 서서히 출발했고,

오른편으로 마차푸차레의 설산의 감동이 따라왔다.

 

하지만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에

버스 안은 디스코 팡팡을 탄 것처럼 요동쳤다.

특히 버스 맨 뒷좌석은 몸이 10cm 나 들썩일 정도로 심했다.

아침을 안 먹은 것이 다행이었다.

속이 너무 불편한 채로 2시간을 가다가

겨우 휴게소에 들렀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20분간 수습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차장 역할을 맡은 분이

우리가 불쌍했던지 앞 좌석으로 옮겨주셨다.

 

조금 흔들리긴 했어도 뒷좌석에 비할바는 아니다.

그 정도의 흔들림은 마치 요람을 흔드는 손길처럼

잠이 스르르 올 정도였다.

 

우리는 2시간을 더 달려 시와 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와이가 아니라 마큐였다.

나는 이 사실을 하산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ABC 간다고 하니까 

더 위쪽에 내려준 배려였던 듯 싶다.

 

버스에 내린 사람은 우리 외에도 1명이 더 있었는데

한국인 민하 씨였다.

우리는 금세 동질감을 형성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큰길을 따라 한참을 걷고 있을 때

마주 오던 현지인에게 촘롱 방향 길을 물었다.

 

그랬더니 이곳이 아니고 돌아가야 한단다.

어쩐지 처음부터 너무 순탄하다 싶었다.

우리는 한참을 돌아갔다.

 

그러자 아무 글씨도 없는 아주 조그만 화살표가 있었다.

촘롱으로 가는 길 같았다.

그래도 작은 마을들이 나오고 나니

본격적인 트레킹 하는 느낌이 들었다.

 

2시간을 힘들게 걷고 나서

오후 3시쯤 지누단다에 도착했다.

우리는 처음에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고 쉬어가기로 했다.

 

원래 민하 씨는 촘롱까지 갈 계획이었으나

우리와 같이 하루를 묶기로 결정했다.

민하 씨의 협상스킬로 숙박은 공짜로 하고

대신 밥을 먹기로 했다.

 

롯지의 음식들은 듣던 대로 비쌌다.

반가운 신라면도 보였다.

나는 로컬 음식 (달밧, 모모 )는 조금 저렴할 줄 알았는데

신라면이랑 가격차이가 별로 없었다.

 

산에서 먹는 신라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어쩜 이렇게 물 조절을 잘하시는지 라면 맛집이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길도 처음에 헷갈려서 고생한 하루다.

아직까지는 공짜로 제공되는 핫 샤워의 호사를 누리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