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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

바이크를 빌려서 일출 포인트로 향했다.

오늘은 제법 먼 거리를 달려갔다.

 

바간의 파고다들이 워낙 많기에

우리는 숨겨진 보물찾기 하듯

일출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곳에 도착하니 

문이 잠겨있는 파고다였다.

 

여명은 밝아오는데 시간은 없고

근처에서 볼 만한 곳이 없나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꽉 막힌 풍경이 별로다.

 

주위에 몇몇 서양인들도

일출 포인트로 여기를 왔다가 방황하는 눈치다.

 

그래도 일출을 봐야겠다 싶어서

근처 탁 트인 밭 근처로 가봤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 까지는 아름다웠으나

주변 풍광이 아쉬웠다.

그마저도 재빨리 사라져 버리고 

날은 벌써 밝아왔다.

 

이대로 일출이 실패인 듯싶었다..

어차피 날이 밝았으므로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바이크를 타고 조금 더 뒤쪽으로 가니

밀밭이 쫙 펼쳐져 있었고,

열기구들이 하나둘씩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때 마침 왼편에서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햇빛을 받은 밀밭이 서서히 노랗게 물들고

그 위로 열기구들이 하나 둘 지나가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게다가 우리 둘 밖에 없는 장소여서 더욱 좋았다.

 

일출이 실패라고 생각해서 다소 침울했던

리는 신나서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일출이었다.

한참 사진을 찍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도

따뜻한 햇살을 받은 거리와 나무들이 정겹다.

 

조식을 먹고 잠을 보충하려고 누웠으나

시끄러운 공사 소음과 계속 이어지는 불경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선잠을 자는 상태에서 계속 소리가 들려와

머리가 아파왔다.

 

점심을 먹고 쉐지곤 파고다를 갔다.

미얀마의 모든 사원의 기본이 되었던 사원이라고 한다.

규모도 넓고 볼만한 사원이다.

 

이후 일몰 포인트를 찾아서 몇 군데를 가봤다.

대부분 잠겨있었고,

두 군데 정도는 내부를 통해 올라갈 수 있었는데

풍경이 별로였다.

 

한 곳은 외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결국 돌고 돌아서

첫날 일출을 감상한 언덕으로 갔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곳 만큼 잘 보이는 곳도 드물다.

 

한참이나 햇빛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을 한다.

영화 같은 순간들이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고개를 숙인다.

바간의 일몰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빠져나간다.

 

가끔 사람들이 빠져나간 영화관에 앉아

엔딩 크레디트까지 보고 나오고 싶을 때가 있다.

해가 저문 뒤에도 한참이나 아름다운 노을을 봤다.

더욱더 붉게 물들며 애프터 선셋을 보여줬다.

 

바간을 떠난다니 아쉬웠다.

한 달 내내 바간의 일출과 일몰을 본다 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