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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체크 아웃을 하고 터미널을 갈 준비를 했다.

평소 길어봤자 2~3분이면 도착할 그랩이 10분 이상 걸리고

운전자도 자꾸만 바뀌었다.

8시 30분 출발이라 불안한 마음에 지나던 썽태우를 붙잡아 탔다.

미처 그랩을 취소시키지 못했으니, 언젠가 한 번은 취소 수수료를 물어줘야 할 판이다.

 

치앙마이 3 터미널에서 매솟행 그린버스를 타고 7시간을 달렸다.

버스에 탑승하면 물과 간단한 과자를 하나 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마저 안 먹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점심때쯤 휴게소에 들르기는 하는데

옆 좌석 뒤자석에서 연신 토해대는 바람에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오후 3시 반 매솟에 도착한 우리는 썽태우를 타고 국경근처로 갔다.

거리가 얼마 안되는데 한 사람당 50밧을 달라고 한다.

비싸지만 국경을 넘을 때는 웬만하면 흥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서둘러 무사히 넘는게 가장 중요하다. 

 

태국을 출굴하는데 Departure 카드가 없다며 보내주지 않아 잠시 당황하다가

결국 다시 받아서 무사히 통과했다.

걸어서 미얀마 국경을 간단히 넘었다.

 

동글동글한 글자들과 인도인의 모습을 많이 닮은 사람들을 보며

미얀마에 왔음을 실감했다. 

 

미얀마 사람들의 성향이 친절한 것인지

국경 사무소에서부터 친절한 기운을 느꼈다.

불과 조금 전 나에게 Departure 카드를 가져오라며

무뚝뚝하게 소리치던 태국 경찰을 봐서 그런가 심하게 비교되었다.

 

미얀마 입국심사도 별것 없었다.

한국인은 특히나 내년까지 비자도 필요 없었다.

입국심사를 마치자 호객꾼이 어딜가냐며 쫒아온다.

파안으로 가겠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쫄래쫄래 쫓아가니 파안까지 1명당 10,000 짯 이란다. 

우리나라 돈으로 8,000원 정도다.

문제는 우리가 미얀마 돈이 없다는 것.

태국 돈으로는 2명에 500밧을 달라고 하는데 우리가 가진 것은 400밧 남짓.

 

결국 달러로 20달러를 냈다. 

환율을 생각하면 8,000원가량 손해 본 셈이다.

하지만 승용차에 타고 가는 거라 버스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 깨끗하지 않은 승용차에 독일인 여행객과 함께 셋이서 파안으로 향했다.

 

초반에는 포장도로를 달리더니 30분이 조금 넘었을 시간부터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덜컹대는 차 안에서 온몸을 이리저리 부딪치느라

아름답게 석양이 저물어가는 풍경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밤이 되자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길거리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미얀마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오후 4시쯤 출발한 차량은 8시가 다 되어 파안에 도착했다.

미얀마 시간은 30분 늦으니 7시 30분이었다. 

장장 12시간의 이동 끝에 숙소에 도착하자

피로와 허기가 몰려왔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곤

조그마한 과자 한 봉지와 버스에서 준 물과 작은 과자 하나가 전부였다.

 

다행히 숙소 앞에 ATM 기계가 있어서 30만 짯을 인출하고

근처 식당에서 배고플 때 절대 실패하는 법이 없는 볶음밥을 먹었다.

숙소는 깔끔한 외관과 달리 침대 시트가 더러웠으나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