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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 가까운 인도네시아에서

동향으로 난 창문의 숙소에 잔다는 것은

새벽 5시부터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시만 넘어가도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빛이 침대 속을 파고든다.

어쩔 수 없이 잠을 깬다.

조식을 가져다주시는 분들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미리 현관문을 열어두고 

어제의 일을 복기하며 글을 쓴다.

일찍 시작하는 만큼 하루가 참 길다.

 

요가 수업 4일째.

매일매일 다른 강사님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하고

천천히 몸의 근육들을 푼다.

 

스트레칭을 할 때마다.

나의 약한 부분들이 통증의 신호를 보낸다.

 

카메라를 많이 들고 있던 오른쪽 손목

부러졌던 왼쪽 발목

핸드폰을 많이 본 탓에 좌우 목 관절들이 아파온다. 

 

천천히 할 건지 빨리 할 건지 물어보셔서

천천히 하겠다고 했다.

휴식하는 시간이 많아서 평소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1시간의 요가를 마치고

누워서 온 몸의 힘을 빼고 눈을 감는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나무는 바람에 맞게 흔들린다. 

나뭇잎들은 서로 비벼대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낸다.

우주의 모든 질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와 당신도 이 거대한 우주의 작은 연결 부분임을 느낀다.

 

근처 로컬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늘은 바로 숙소에 가지 않고 시내 곳곳의 가게들을 하나씩 구경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스테인리스 빨대 2개를 구입하고

맥주병 따다가 부러진 나무 수저 하나를 다시 구입했다.

메뚜기는 많은 곳의 목걸이 가게를 가본 뒤에

얼마 전 산 원피스에 어울리는 목걸이를 구입했다. 

 

집에 오니 전기가 나오지 않았다.

발리의 전기 사정이 안 좋아 종종 정전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와이파이도 안되고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더워서 수영장에서 잠시 놀다가 

수건으로 닦고 낮잠을 잤다.

 

한참이나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시내로 천천히 나가서 저녁을 먹는다.

역시 로컬 맛집인데 우리가 원하던 새우요리는

이미 완판 된 상태라서 나시고랭을 먹었다.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고 잠이 청한다.

개미들이 여기저기 깨무는 탓에 따갑고 간지럽다.

개미들이 물어봤자 얼마나 물까 싶어 놔뒀는데

생각보다 너무너무 간지럽다.

모기 비누를 쓴 메뚜기는 괜찮다고 했다.

내일은 모기 비누로 샤워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