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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에서 요가 수업 3일째.

오늘은 또 다른 남자 강사님이다.

앞의 두 강사님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하셨는데

열의가 넘치시는 이 강사님은

우리가 못하는 부분을 꾹꾹 눌러주시며

최대한의 자극을 선사해 주셨다.

 

쉴 새 없이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관성에 의해 

생각 없이 몸이 움직여졌다.

 

앉아서 한쪽 발은 가부좌를 틀고 반대쪽 무릎은 세운다.

반대쪽 발 뒤꿈치를 엉덩이에 붙인 채 살짝 앞꿈치로 일어나 몸을 지탱하면서

양 손은 기얀 무드라 수인을 맺는다. 

고난도 자세에서 몇 번이나 균형감을 잃었다.

다친 다리로는 무리였다.

그래도 오기가 생겨 다른 쪽으로는 성공했다.

 

강사님이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시는 것으로 봐서

우리의 고통을 즐기시는 것이 틀림없다.

만약 나에게 어떤 정보를 이야기하라고 했다면 

단박에 털어놓을 참이었다.

 

영겁 같은 시간이 지나서

잠시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감정이란 파도와 같다.

잔잔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흔들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속 미미한 파동이 계속된다.

방심한다면 작은 파동에도 카약이 뒤집히는 것이고

키를 잘 잡고 있으면 집채만 한 파도라도 무사히 헤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유연성과 균형감이 삶아가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둘은 실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연성 없는 균형감이나, 균형감 없는 유연성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함을 덜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불필요한 마음을 덜어내는 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다는 점에서는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군더더기 없이 살아가고 싶은 

나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누적된 피로가 힘든 것인지.

오늘이 유독 힘들었는지.

하고 나니 기운이 다 빠졌다.

그래도 맛있는 점심을 먹자고 45분을 걸어서

네카 미술관 앞 누리스를 갔다.

바비큐 립이 입에 닿자마자 부스러질 정도로 부드럽다.

매콤한 삼발소스를 곁들여 나시고랭과 함께 먹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서

빈탕마트에 들려서 요즘 일상이 된 맥주와 간식을 사고

수영과 낮잠을 즐겼다.

 

늦은 오후 석양을 바라보며 찬찬히 걷는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을 풍경들.

언제 걸어도 괜찮은 거리들.

시간이 갈 수록 아쉽게만 느껴지는 우붓이다.

 

오늘은 치앙마이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태국 중부에서 며칠 지내려던 계획이었는데

방향을 틀어서 바로 빠이를 가기로 했다.

 

내가 좋아했던 빠이가 어떻게 변해일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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