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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은 새벽.
알 수 없는 간지럼증에 뒤척인다.
숙소에 개미들이 많은데 물고 간 듯싶다.
큰 위협은 아니지만 가끔 성가실 때는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개미들도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쓰레기 폐기물을 수입해 건축하는 우리나라에선
벌레들이 살기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요가 수업 2일째.
9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해는 벌써 중천이다.
오늘 요가 강사님은 다른 분이다.
네덜란드 아주머니 두 분과 함께 4명이서 수업을 했다.
2년 정도 요가를 하신 분들이다.
어제 보다 난이도 높은 동작들이 꽤 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라고 했다.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유연하게 뒤로 넘겨서
바닥에 편안하게 등을 대고 누우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야 그 자세가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사님은 우리가 요가 동작을 따라 하는 것보다
진정 내면의 기운을 느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수업 내내 여러 가지 말을 해주셨다.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오늘이 얼마나 좋은 하루인지 생각해보세요.
자기 자신에게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사실 요가라는 것은 그저 형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데 동기부여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일부로 시간과 노력을 들린 다음 요가의 형식을 빌려 자신에게 전하는 대화다.
그것이 요가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단단한 껍질 같은 가면을 모두 벗고
부끄러운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두렵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평소 같았으면 참 낯간지러웠을 그 말들이.
내 몸과 마음 곳곳에 잔잔히 퍼진다.
황지우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요가를 마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수영을 하고, 라면을 먹고
평화로운 낮잠을 잤다.
늦은 오후 시내를 한 시간 가량 걷다가
저물어 가는 석양을 보며 저녁을 먹고
여느 때와 같이 혼잡한 우붓 왕궁 거리를 지나
다시 조용한 숙소 거리로 돌아왔다.
소란스런 한낮의 열기가 가라앉고
들판의 새들과 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울음을 멈춘다.
사람들은 집으로 들어간다.
각자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모두에게 평화가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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