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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을 여행하기 전부터 나는 우붓이 그리웠다.
어떻게 가보지도 않은 곳이 그리울 수 있을까
메뚜기가 우붓이 좋았다고 말했던 그 순간부터
나는 줄곧 그곳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우붓 왕궁을 거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숙소를 잡았는데
조금만 걸어도 번잡스러움을 피할 수 있고, 외부와 단절된 세계가 펼쳐진다.
이곳은 힌두교 사원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숙소들이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분명 주소는 여기인데, 사원인가 싶어서 몇 번을 확인했다.
숙소 내부로 들어서면 정글 같은 야자수들이 펼쳐진다.
상상만으로 간직한 우붓을 실제로 접하고 이곳에 빠지게 된 순간이었다.
발리에 도착한 이후 다른 곳을 가보고 싶을지 몰라서
우선 하루만 숙소를 예약해 두었지만
남은 보름간의 인도네시아 여행을
우붓에 다 쏟아부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첫날 숙소가 꽤나 만족스러웠지만
인기 있는 숙소들은 금세 예약이 마감된다.
우리는 10m 앞의 숙소로 옮겼다.
가격은 2배 정도 비쌌지만 수영장도 있고, 전망이 특히 더 좋았다.
가만히 숙소에 있으면 들려오는 것은 오직 새소리뿐이다.
조금 심심하다 느끼면 시내 구경을 하면 된다.
다양한 액세서리 가게, 옷 가게, 기념품 가게, 여러 나라의 음식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통 관광지라고 하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난립해서 고유의 정체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소소한 가게들이 많아서 참 좋다.
옷 가게만 하더라도 대개 조금씩 스타일이 달라서
비슷한 종류의 옷만 늘어놓고 파는 다른 곳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결국 우리는 지름신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우리의 배낭 무게를 더해줄 옷들을 한 벌씩 골랐다.
옷은 신문지를 재활용한 쇼핑백에 담아주었는데
말레이시아도 그렇고 인도네시아도 그렇고
일회용 비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맘에 든다.
몽키 포레스트를 지나 슬슬 걸어가는데
집단 탈주한 무법천지 원숭이들이 도로를 건너 여기저기 약탈을 시도한다.
나도 하마터면 쇼핑백을 뺏길 뻔했다.
힘이 어찌나 세었는지 쇼핑백 밑부분이 뜯겼다.
불과 5초 전 여기 원숭이들은 순한 것 같다는 실언을 했다.
시내를 찬찬히 걷다가
테이블이 고작 두 개뿐인 예쁜 커피숍에 앉아
메뚜기는 커피를 나는 맥주를 마셨다.
살짝 땀이 나는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카페에 있는 작은 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영화의 슬로모션처럼 사람들의 풍경이 찬찬히 지나간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우붓이다.
요가의 본고장은 인도지만 여기는 정말 요가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 같다.
이곳에도 꽤 많은 투어들이 있지만
이미 많은 투어를 했던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도 참 좋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면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광경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해가 캄캄하진 어두운 밤에는
우리 둘 밖에 없는 수영장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수영을 즐겼다.
그렇게 우붓에 빠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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