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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115 "브로모 화산 투어"

4번얼룩말 2019. 9. 25. 07:46

새벽 3시. 간단한 짐만 챙겨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6명을 꽉꽉 채운 지프차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브로모 가는 길에는 수십 대의 지프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중간중간 상점들도 많이 보였다.

 

차량 두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비포장 도로를 덜컹대며 달리던 지프차는

브로모 화산 근처에서 광활한 도로가 펼쳐지자

오프로드를 거칠게 달리는 것이 남자들의 로망 인양 서로 경쟁하듯 박차를 가했다.

 

새벽 4시 뷰 포인트에 도착했다.

일출은 새벽 5시 무렵부터 시작되는데 입구에는 따뜻한 커피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먼저 올라갔다.

새벽 밤공기가 매우 추웠다.  남방과 재킷까지 걸쳤지만 한기가 밀려왔다.

 

군대 생각이 났다.

해가 지기 30분 전에 작전지역에 들어가서 다음 날 해가 뜨기 30분 전에 철수하는 수색대 생활이었다.

배고픔과 졸림, 여름에는 모기,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견뎌내며

12시간 ~ 16시간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웠던 지루한 시간들을 3일마다 반복했던 시간들.

졸려도 잘 수 없던 시간을 버티고 나니 이제는 편히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불면증이 일상인 세월이 되었다.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면서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다행히 뷰포인트가 넓어서 여러 곳으로 사람들이 분산되었다.

브로모 화산 왼편으로 해가 붉게 떠오르면서 나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랬다.

살아있음에 감사했고, 떠날 수 있어 행복한 것을 느끼는 날이었다.

 

뷰포인트에서 내려가 본격적인 브로모 화산을 보기 위해 내려갔다.

지프차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번호를 잘 기억해야 한다.

큰 번호가 똑같고 아래 작은 번호가 다른 경우도 있다.

 

브로모 화산 근처로 이동하면

지프차 뒤로 말을 탄 사람들이 대 여섯 명이

도망친 노비를 쫒는 추노꾼처럼 흙먼지를 날리며 우리를 쫒아왔다.

왠지 잡히면 끌려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우리를 에워싸고 말을 타라고 권유했다.

그냥 걸어가겠다고 했지만

사실 브로모 화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힘든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체력이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타고 가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다만 화산 꼭대기로 가는 길은 많은 화산재로 인해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날린다.

주위에서 말이 달리면서 뛰는 흙먼지를 잔뜩 마시며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화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장관이었다. 낯선 행성 같았다. 

엄청난 고행 끝에 이곳에 도착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근처에서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판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바로 짐을 챙겨서 이젠 화산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차량은 10시 조금 넘어서 여행사에 도착했다.

여행사 사장님은 원래 우리가 묶으려고 했던 숙소가 정부기관의 행사로 만석이 되었다고 했다.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했다.

어쩔 수 없으니 알겠다고 했다.

 

다른 일행을 기다리는데 12시쯤 도착했던 것 같다.

브로모에서 이젠 화산 숙소까지 6시간 정도를 달린 것 같았다.

차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온몸에 욱신욱신 쑤셨다.

 

오후 6시쯤 숙소에 도착했는데

어제 숙소가 그리울 정도로 허름했다.

원래 숙소도 이러했을지, 아니면 바뀐 곳이라 이런 건지 알 수없다.

다행히 식당은 저렴하고 맛있었다. 나시고랭 2개에 음료 2개까지 60000 IDR (약 5100원)이었다.

밥을 먹자마자 잠들었다. 오늘 밤 12시에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