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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에서 요그야카르타로 가는 오전 7시 20분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어젯밤에 사둔 컵라면을 아침으로 먹고,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이번 여행에서 기차는 처음이다.

기차 여행이 주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창밖으로 정겨운 풍경들이 휙휙 지나간다.

기찻길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추수를 하는 사람들,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어린아이들도 보인다.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현재가 아쉬워

고개를 돌려보면 과거는 벌써 저만치 닿을 수 없는 거리에 그리움을 안고 떠나가버린다.  

 

여행지에서만큼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오롯이 현재를 즐기기 위해 떠나온 삶이 아니었던가.

 

8시간이 걸리는 기차는 

아무리 자고 또 자도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간다.

무료함에 음악도 들었다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가

바깥 풍경도 쳐다봤다가 잠이 든다.

 

오후 세시. 해가 가장 강렬한 빛을 발산하고 있을 때 요그야카르타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았다.

오전 내내 먹은 것이라고는 귤이 전부였다.

그것도 아주 맛이 형편없는 귤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고 싶었는데

주인아저씨가 방을 안내할 생각은 않고 계속 투어 이야기부터 꺼낸다.

8시간 기차를 타고 무겁게 배낭을 메고 온 배고픈 손님의 처지는 아랑 곳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

 

우리는 배낭을 풀지도 못하고 10분이 넘게 그 이야기를 듣다가

필요하면 이야기하겠다고 자르고 올라갔다.

 

비슷한 가격이면 이왕지사 숙소에서 투어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나

그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배낭을 풀자마자 내려가 숙소 앞 소스로위자얀 거리에서 밥을 먹고,

말리오보로 거리를 걸었다.

 

한쪽엔 전통의상인 바틱을 비롯해서 옷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맞은편엔 길거리 음식점들과 대형 쇼핑몰이 있어다.

엄청나게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사람들로 북적이면서도

자카르타 같은 정신없는 혼잡함 보다는 카오산 로드의 흥겨운 느낌에 가까웠다.

밤이 늦어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무엇보다 이곳은 물가가 저렴해서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 특유의 느낌이 좋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한 투어 회사에서 보로부드사원 선라이즈 투어를 예약하고

내일 먹을 빵을 몇 개 사서 돌아왔다.

새벽에 가야 해서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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