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나라만큼 인터넷과 철도시스템이 발달한 나라는 많지 않기에
해외에선 기차를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동시간이 너무 차이가 날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어제 일어나자마자 요그야카르타로 가는 기차를 예매하기 위해 반둥 기차역으로 갔다.
창구는 6개 있었는데 딱 한 곳만 길게 줄을 서 있었고 나머지는 텅텅 비었다.
직감적으로 나도 그곳에 서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을 보니 손에 무슨 종이를 하나씩 들고 있길래
옆에 있는 종이에 이름, 주소, 행선지 등등을 일일이 손으로 한 장 빼곡히 적었다.
내 앞에는 고작 5명 정도가 있을 뿐이었지만
예매를 다 마칠 때까지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다른 창구 직원들은 앉아서 수다 떠는 이런 비효율적인 행정에 슬그머니 화가 났다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아직도 덜어내지 못한 것 같다는 자성으로 이어진다.
늘 속도와 결과가 중심이었기에,
과정은 아무렴 어떠며 실수와 잘못은 그냥 덮어버렸던 격동의 한국사가 아니었던가
아무튼,
지난했던 절차가 끝나자 급하게 허기가 밀려와다.
잘란 브라가로 가서 박소와 나시고랭을 먹고 알룬 알룬 거리를 조금 걷다가
그랩을 타고 전통 악기 공연인 사웅 앙끌렁 우조로 향했다.
1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공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티켓을 구입하면 기념으로 작은 앙끌렁 목걸이를 준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처럼 생겼다.
원래 공연은 밤 8시에서 장장 7시간 동안 펼쳐진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약식으로 1시간 30분에 걸쳐 인형극, 탈춤, 전통악기 공연 순으로 진행되었다.
인형극은 언어를 몰라서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따라 웃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대개 모든 인형극들이 그러하듯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탈춤과 전통악기 공연은 아이들이 주축이 되는데
대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맑은 음색을 낸다.
크기와 모양을 조금씩 달리한 앙끌렁은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소리를 내며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에게 앙끌렁 하나씩 나눠주며 직접 배워보는 시간도 가진다.
카리스마 있는 여선생님의 지도 아래
우리는 I cant fall in love without you와 We are the champion을 성공리에 마쳤다.
공연을 마치고 아웃렛 한 곳을 들려 구경하다가
우리는 여행자라는 신분에, 짐은 가득인 현실을 깨닫고 나왔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어제 걸었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숙소로 향했다.
하늘에는 거대한 구름 사이로 빛이 갈리지고 있었고
노을도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반둥은 뭔가 참 아쉽게도 나와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이었나 보다.
가서 행랑을 꾸리고
요그야카르타 갈 준비를 해야겠다.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여행 D+111 "요그야카르타 기차여행" (0) | 2019.09.20 |
---|---|
D+111 안녕! 족자카르타 (0) | 2019.09.19 |
D+110 반둥 둘러보기 (0) | 2019.09.19 |
세계여행 D+109 "교통체증에 지쳐가는 하루" (0) | 2019.09.18 |
D+109 반둥 입성 (0) | 2019.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