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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주인분 께서 물 2병을 건네주신다.

지금까지 떠나는 길에 굳이 물을 쥐어준 사람은 없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우리 입장에서 저렴하고 시설이 괜찮고 친절하기까지 해서

만일 다시 보고르에 온다면 또 머물고 싶은 곳이다. 

 

숙소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바라낭시앙 터미널이 나온다.

버스터미널이 꽤 넓었고, 버스 수십대들이 정차해 있었다.

반둥행 버스는 많이 보였으나 정착 지금 출발하는 버스들은 아니었던지라

우리는 길가다 보이는 사람들에게 반둥? 반둥? 거리며 찾아 나섰다.

다행히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찾았다.

 

다른 좌석은 좁아서 불편한데 버스 운전석 뒷자리가 공간이 좀 넓다.

처음에 그곳에 앉았는데, 뒤에 앉은 꼬마가 연신 발길질을 해대는 바람에

불편해서 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이때다 싶어 앞자리로 이동한다.

뭔가 당한 것 같은 느낌은 뭘까.

 

뒷 자석은 흡연공간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문이 있긴 하지만

담배냄새가 솔솔 올라오며, 좌석은 무릎이 닿은 채로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자리를 바꾸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8시 45분쯤 탔기에 9시 정도면 출발할까 생각했지만

버스는 10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출발했다.

 

그 긴 시간을 여러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며 틈을 메운다.

튀김 파는 사람, 과자와 음료수 파는 사람, 메추리알 파는 사람

기타 연주하며 기부받는 사람, 구걸하는 사람, 

알 수 없는 인도네시아 언어로 열변을 토하며 도네이션 받는 사람

시끄럽고 정신없어 눈을 질끈 감고 자는 체했다.

 

자바섬의 교통지옥은 반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제대로 속도를 낸 구간이 별로 없다.

정신없고 혼잡한 경적소리에 신호등과 횡단보도 없는 곳을

몇 차례 횡단하고 나서

발리로 일찌감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뻔히 가는 휴양지만 가는 것은 피해야지 라고 

늘 생각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교통체증은 넌덜머리가 날 정도다. 

이곳에 있다는 화산과 온천도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 숙소 앞 뒷골목은 오토바이들의 지름길이라도 되는 양

잠시도 한적하게 걸을 수 없다. 

숙소에 내려놓고 식당을 찾아봤으나

도무지 식당이라고는 너무나 허름하게 생긴 곳들 몇 군데 말곤 없었고

그나마 있는 곳들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배는 고프고 해서 조금 더 가보자 했는데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갔다.

 

메뉴를 주문하는데

중국분으로 보이는 주인 분과, 인도네시아 분으로 보이는 종업원 2명 모두 영어를 잘 못하신다.

우리는 먹기 위해, 그들은 팔기 위해

정말 열정을 담아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급기야 영어를 하시는 남편분과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주문하나 받는데 4명의 손을 거친 셈이다.

 

다소 지쳤지만 우리의 식욕이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의기양양하게 음식을 기다렸다.

 

나시고랭과 소고기 볶음 마파두부를 시켰다.

오랜만에 먹는 정말 맛있는 한 끼여서

세끼 모두 여기서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걸어오는 길에 오래돼 보이는 빵집에 들려서 빵 몇 개를 사고

숙소에 와서 쉬다가 저녁 무렵 살짝 걸을 요량으로 나갔다. 

 

밤이 어둑해지니 걷기가 더 위험했다. 

한국은 참 걷기 좋은 곳이었구나를 새삼 느꼈다.

근처 아웃렛을 조금 돌아보다가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초저녁부터 잠이 밀려온다.

시끄러운 소음과 시꺼먼 매연들에 몸이 쉽게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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