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제저녁, 렌트를 시도했으나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서

사파리 버스를 타고 가야 하나 생각했다.

아침에 그랩을 불러서 흥정을 할 참이었다.

메뚜기가 그랩도 렌트가 된다고 해서 10시간에 운전기사 포함 490,000 IDR

(약 42,000원 : 통행료, 공원입장료, 운전기사 입장권 별도)에 그랩을 대여했다.

 

오전 8시 오픈이라고 생각해서 오전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좁은 2차선 도로에 차들이 많아졌다.

주말을 피해 월요일 오전에 와서 다행이었다.

중간중간 당근 파는 곳이 많았는데, 

또 있겠지 하고 가다가 살 기회를 놓쳤다.

 

도착해보니 오픈은 8시 30분이라서 근처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공원 입구에서는 "따만 사파리 ~ 인도네시아" 하는 중독성 강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입장시간이 되어 두 번째인가로 입장했다.

사슴 무리들이 차를 알아보고 이내 다가오다가

당근이 없음을 알고 매정하게 눈길을 돌리고 가버렸다.

기브 앤 테이크가 철저하다.

 

얼룩말도 다가온다.

난 얼룩말이 좋다.

다른 말과 동물들은 인간에 의해 길들여져 살아왔지만

얼룩말은 유일하게 인간이 길들이는데 실패한 말과 동물이다.

가둬 둘 수는 있어도 타고 다닐 수는 없다.

안락한 구속보다 불안한 자유를 택한 셈이다.

타협하지 않는 그 꼬장꼬장함이 퍽 맘에 든다.

 

사슴과 얼룩말 등 초식동물 무리를 지나면 육식동물 우리로 이동한다.

절대 내리지 말고, 창문을 닫고 있으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초식 동물 구간은 중간에 차량을 멈춰 사진을 찍곤 했는데

이곳은 위험한 구간이라 서행으로 빠져나갔다.

 

광각렌즈만 가져온 나는 동물을 원하는 만큼 가까이 담지 못해 

거의 눈으로만 구경했던 것 같다.

그나마 메뚜기라도 메크로 랜즈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방대한 규모의 사파리를 차를 타고 구경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평소 동물원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철창 안에 갇혀서 무기력하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고통스러운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넓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기에 선택했다.

 

하지만 이곳도 결국엔 동물원일 뿐이었다.

다른 동물원보다는 처우가 낫다고는 하지만 워낙 많은 동물들을 집어넣다 보니

각각의 영역을 마련해야 하기에,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은 몇몇 초식동물에 한정되었다.

아마도 세렝게티가 아니면 다시는 동물원을 일부러 돈을 내고 구경 가는 일은 없을 듯하다.

 

한 시간 반의 투어가 끝나면

테마파크와 애니멀 쇼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렌트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으므로 아무거나 하나를 구경해봤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슬픈 연극배우들. 그 몸짓이 애달팠다. 

 

점심을 먹고 판다가 있는 곳으로 가봤다.

판다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지 셔틀버스를 타고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느릿느릿 거대한 판다와 작과 귀여운 레드 판다도 만날 수 있었다.

 

판다를 만나는 곳 뒤편에는 울창한 살림이 우거져 있었다.

저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할 많은 동물들.

이미 길들여진 동물들에게는 자연이 나을까

사람들의 보살핌이 나을까.

 

현재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에 두 달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지만

건기라서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여러 동물들이 죽었고, 많은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