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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3분 거리인 수디르만 역으로 갔다.

지하철 교통카드와 보고르행 차비까지 합해서 30,000 IDR (약 2,600원)이다.

그랩을 타고 감비르 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었다.

 

숙소에 다시 가서 배낭을 메고 지하철을 탔다.

수디르만 역에서 보고르까지 한 번에 가는 노선이라서 갈아탈 걱정도 없다.

다만 전철에 사람이 무지 많다.

 

비좁은 사이로 겨우 들어가 보니 메뚜기가 없다.

어디 갔지 주위를 한참 두리번거리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저쪽에 탔다고 알려준다.

 

이럴 때 보면 메뚜기는 참 본능 중심이다.

사람이 많아서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나에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덜컥 옆 문으로 탄다.

짐을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해도 통 말을 듣지 않고 고집부리다가

세 정거장이 지나니 무거운지 짐을 올려놓는다.

 

사람으로 가득 찬 출근길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기분으로

1시간쯤 달리니 보고르 역에 도착했다.

보고르 역에 도착한 엄청난 인파들이 좁은 출구를 향해

빠져나가면서 병목현상이 빚어졌다.

 

우리는 뒷사람에 밀려 앞사람을 밀면서 영혼 없이 전진했다.

지하철에 내려 출구를 가는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보고르도 자카르타 못지않게 교통이 혼잡하다.

여기저기서 빵빵대는 경적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랩을 불렀지만 만날 수가 없어서 캔슬당했다.

 

중간에 투어 인포메이션이 있어서 그랩을 부르고 싶다고 말했더니

버스로 가면 싸다며 로컬 경제 활성화 방안을 일러주셨다.

버스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운

툭툭보다 큰, 썽태우 보다 작은 아담한 사이즈였다.

천장이 낮아서 큰 배낭을 들고 타는 것도 일이었는데

금세 8명이 타서 꽉 들어찼다.

 

지하철에 이어 현지인들의 교통수단 버스까지

큰 배낭을 타고 가는 게 자리를 더 많이 차지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기사분에게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내려달라고 했다.

배낭을 메고 한 10분쯤 가니 숙소가 나왔다.

숙소 칭찬은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저렴한 데다가 널찍하고 시설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보고르는 횡단보도도 많이 없고, 인도로 걸어가기도 힘들어서

밥을 먹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왕복 6차선 횡단을 몇 번 했다.

현지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건넌다.

차만 다니면 괜찮은데, 오토바이가 복병이다. 

 

길 건너에 하나은행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하나 비바 체크카드를 들고 출금하러 갔는데

에러코드 92가 뜨면서 출금이 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수수료 아낄 수 있을까 싶어 기대했는데 무산되었고, 

바로 옆 다른 ATM에서는 돈이 잘 나왔다.

 

근처 식당에서 나시고랭과 과일주스를 먹고서

한국 컵라면이 팔길래 하나씩 사서 돌아왔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테니 일찌감치 식물원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