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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 오는 소리에 잠을 깼다.
카메라 배터리나 충전할까 하고 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새벽에 짐을 다 뒤져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여행 6일동안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빼먹고 온 모양이다.
한번 더 체크 해볼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미 지난 일이고 하노이 가서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감정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날이 좋으면 판시판을 가기로 했는데
계속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더니 짙은 먹구름은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7만 원짜리 안개를 보러 가느니 그 돈으로 맛난 음식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다.
3박 4일 간의 사파를 뒤로 하고 다시 유목민으로 돌아가 짐을 꾸려야 한다.
며칠마다 반복될 이 과정이 매우 귀찮지만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설렘이 더 크다.
4일 전 , 체크인 시간도 훨씬 전인 오전 7시에 문을 두드려도 기꺼이 방을 내어주고
우리의 빨래도 널어주고 걷어다 주신 숙소 주인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후 한 시 버스를 타고 하노이를 향한다. 낮 버스라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다.
슬리핑 버스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맑았다가 먹구름이 끼었다가 다시 해가 나고 노을이 진다.
여행에서 이동하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후 7시 반에 도착 예정인데
오후 7시 15분 어딘가 정차한 곳에 메뚜기가 다 온 것 같다며 먼저 내렸다.
하노이 이긴 하지만 원래 숙소로 잡은 곳과는 8km 나 떨어져 있었다.
잠깐 짜증이 나긴 했지만 빨리 상황 수습을 해야겠기에 택시를 불렀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택시 서너 대 걸러 보내고
미터기 켠다는 택시를 잡아 탔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비도 오고 배도 고팠기에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갔는데 , 오마이 갓 생각보다 훨씬 형편이 없었다.
시설은 허름해도 저렴한 탓인지 서양인들이 많았다.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어 보였다.
오늘은 정말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베트남 시간으로 오후 9시면 거의 식당문을 닫는다.
근처에서 늦은 저녁을 때우고 와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이면 다시 10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에
잠을 안자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오늘 같은 날이 있다.
빨래를 열심히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계속 꿉꿉한 냄새가 나는 날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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