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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엄청난 천둥소리와 번쩍이는 번개에 잠을 깬다.
우기는 우기인가 보다.
이래 가지고 내일 트레킹을 갈 수 있을까?
정 비가 많이 오면 가지 말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어제 약속의 증표로 채워준 팔찌가 무겁게 느껴진다.
창 밖의 비를 2시간가량 바라보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깨니 비가 멎었고 , 출발할 때는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았다.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변하는 6월의 사파 날씨다.
오늘 가는 트레킹 코스는 타반 마을이다.
라오 차이 마을보다는 사람들이 적어 한적하다고 해서 선택했다.
가이드를 해주는 몽족 여인은 나보다 고작 한 살 많은데 벌써 손자가 있다고 한다.
늘 파란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비가 우면 우산으로 해가 뜨면 양산으로 사용한다.
변화무쌍한 사파의 날씨에 대처하는 적절한 유연함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계산적인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수시로 바뀌는 환율과 날씨에 따라
어느 것이 내게 더 이득인지를 판가름하는 내 모습이 못내 부끄럽다.
트레킹은 오전 8시 반에 출발해서 3시간 정도 걷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끝나면 오토바이로 다시 데려다주는 식이다.
길은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다.
조금 더 힘든 코스였어도 좋았겠다 싶을 정도이다.
길도 한쪽 방향으로 쭉 나있어서 다음번에 온다면 가이드 없이도
혼자 갈 수 있을 정도이다. (돌아갈 차량이 필요하겠지만)
날씨도 매우 좋았고, 사파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이 정말 좋았다.
(깟깟마을과 비교한다면 깟깟마을이 훨씬 좋긴 하다)
점심을 먹었지만 오래 동안 트레킹을 해서인지 배가 고팠다.
낮잠을 포기하고, 4시쯤 이른 저녁을 먹었다.
하노이보다 훨씬 안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하고
석양을 보다가
코코넛 커피 한 잔으로 내일이면 떠날 사파의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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