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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
확실히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고 한 번 움직이면 쉬어줘야 한다.
서글프지만 냉정한 현실.
남들이 보면 굉장히 심심한 여행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법 하다.
어제 보다 아침 날씨가 흐렸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하고 아침 산책 대신 잠을 더 청했더니
이내 동쪽으로 난 창문으로 햇빛이 얼굴이 따갑도록 쏟아지며
게으른 여행자들을 채찍질 한다.
이 좋은 날씨에 뭐하고 있느냐며
그래봤자 오전 8시.
함롱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가볍게 바나나 4개를 구입해서 가는데 도중에 비도 많이 오고 길도 많이 미끄러워
어느 정도 까지 올랐다가 내려왔다.
다리가 부러진 이후로는 하산길이 매우 두려워
정상을 찍고 오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 않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소수민족들이 조악한 기념품을 팔거나 트레킹 권유를 한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어려운 난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미소가
도시에서 종종 마주했던 힘없고 지친 미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부디 문명의 혜택으로 그들이 과거보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우리의 여행 패턴은 아침 산책 후 점심 때 쯤 숙소로 돌아와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후 오후 세시 쯤 다시 오후 산책을 나가 석양을 보고 저녁을 먹는 식이다.
쉬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하나 밖에 없는 탐험대원 메뚜기가
무기한 파업농성에 돌입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눈치를 봐서 적당한 휴식을 해야한다.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고양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법이니까.
어쨌거나 누구에게나 잠깐의 낮잠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하루의 쉼표를 찍는 다는 것.
이렇게 잠깐이라도 눈을 부치면 정신과 몸이 맑아진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나서도 아직 이렇게 하루가 많이 남았다는 것을 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장시간 노동을 해왔었는지 끔찍하다.
낮잠 이후 오후 산책을 나갔다.
사실 나는 사파가 이제 좀 지루해졌다.
어디를 가나 흙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이 많아서 사파의 매력이 반감된 지 오래다.
게다가 한 번 방문했던 지역이며, 깟깟 마을도 가보았고, 함롱산도 가보았다.
남은 것은 판시판과 다른 소수마을 트레킹.
사실 내게는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메뚜기는 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고작 4일 여행하면서도 서로의 성향의 다름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웬만하면 그래하고 넘기는 것 같다.
어떤 선택이 실망스러운 때도 물론 있지만 도리어 그 결과로 인해 다른 좋은 모습을 볼 때도 있다.
내일 뭐하지 서로 이야기 하다가 소수민족 마을 트레킹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다녀와서 날씨가 좋다면 판시판도 가보기로 했다.
어제 미리 슬쩍 트레킹 가격을 물어둔 바로는 2명 기준 30$ 까지 흥정이 가능하다.
사파 성당 근처 벤치에 앉아 무심한 척 입질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몽족이 우리 주위로 오더니 2명 50$를 부르기에
600,000 VND 으로 흥정을 마쳤다.
그 정도면 서로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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