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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하늘이 맑다.
아침을 먹기 전에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빗방울을 머금고 있던 싱그러운 나뭇잎들 뒤로
영롱한 햇빛이 서서히 떠오르며 찬란하게 빛난다.
햇볕이 강렬할 때는 조그마한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비가 오면 의자에 앉아 비오는 것을 구경하는 것조차 좋았던 숙소다.
모기들이 많다는 것과 숙소내 식당이 맛이 없고 비싸다는 점은 아쉬웠다.
뷔페식 아침을 먹고 나서 짐을 챙겨 바로 셰필록 오랑우탄 재활센터로 갔다.
9시 부터 입장이 가능하고, 짐을 맡길 수 있는 락커가 무료다.
입장료는 30링깃이며, 카메라는 별도의 10링깃을 내야한다.
락커 보관소 옆에 마련된 비디오룸에서 관련 영상을 한 편 보고 나서
오랑우탄을 만나러 갔다.
커다란 열대우림 사이를 걷는데 정체 불명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린다.
오랑우탄 소리가 이렇게 큰가? 호랑이나 코끼리 소리 같기도 했다.
나중에 오랑우탄이 단단한 코코넛 껍질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을 보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수컷은 사람의 5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숙소에 와서 찾아보니 암컷 한마리가 스모선수와 줄다리기 하는 영상이 있는데
스모선수가 질질 끌려가는 것이 우스웠다.
10분 정도를 걷자 오랑우탄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선다.
사람들은 유리창 안에 갇혀서 유리창 밖의 오랑우탄을 그저 관찰하는 것이 좋았다.
오랑우탄의 발은 손처럼 무엇인가를 꽉 움켜쥘 수도 있게 생겼다.
마치 손이 4개 인 것 같았다.
손과 발로 줄을 이리저리 타고 다니며,
매달리고 뒤집고 뒹굴면서 즐거운 놀이에 빠져있었다.
관광객들이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담기 위해 일어서려고 하면
직원은 앉아서 관람하라며 제지한다.
혹성탈출을 보고와서 그런지 오랑우탄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 것 같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는 먹이 주는 시간이 있다.
이때에는 유리창이 없는 곳으로 가서 조금 더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보통 먹이주는 시간 30분 전부터 개방이 되는 것 같다.
늦게 가면 좋은 자리를 차지 못하고 멀리서 봐야 한다.
그리 늦게 간 편도 아닌데
오전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서 사진찍을 명당은 다 내주고 눈으로만 관찰했다.
새끼오랑우탄이 어미 품에 매달려와서는
배추 잎을 비롯한 채소와 코코넛 등 여러 가지 과일들을 먹는다.
11시에 잠시 문을 닫기 때문에 바로 옆에 Sun bear 센터로 갔다.
말레이곰이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곰이다.
조그마한 곰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들이 앙증맞다.
한국에서 웅담채취 목적으로 사육되는 곰에 대해 조사를 해본적이 있다.
평생을 좁은 철장안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그들을 구제할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그들을 모두 사들여서 보호소를 마련해야 하는데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다.
말레이곰을 후원한다 생각하고 말레이곰 무늬가 있는 티셔츠 한 벌을 구입했다.
오랑우탄 티셔츠에 이어 말레이곰 티셔츠까지 .
옷을 버려야 하나.
오후 2시.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티켓이므로 다시 오랑우탄 보호소로 갔다.
오전보다 사람이 많이 줄어서 관람하기 좋았다.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오랑우탄들이 놀고 있었고, 한 마리는 대자로 누워서 미동을 안했다.
이번에는 좋은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2시 반쯤 부터 먹이 주는 곳에 가서 기다렸다.
오랑우탄 세 마리, 원숭이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가 사육사가 주는 먹이 근처로 다가온다.
원숭이는 오랑우탄보다 힘이 약한지 눈치를 보면서 잽싸게 집어가는 모습이 귀엽다.
4시에 산다칸 가는 14번 버스가 카페테리아 앞에서 출발한다.
1시간을 달려서 산다칸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관광객은 별로 없고 현지 느낌만 물씬 나는 곳이다.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살면서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을 야생에서 다시 볼 기회가 있을까
전설에 따르면 원래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인간의 괴롭힘 때문에 입을 닫았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보호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는 인간들이 더 적극적으로 동물들을 보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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