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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고 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꾹꾹 눌러 담다 한 번에 펑하고 터뜨리는 성격이어서 그런 것 같다.
자멸과 공멸의 차이일 뿐이다.
아무 할 일이 없었더라면 냉전은 오래갔겠지만
아침부터 시내 투어를 잡아 두었다.
승용차 한 대에 숙소 주인분이랑 기사분이 함께 갔다.
두 분은 우리 마음도 모른 체 사진 찍어 주겠다며 하는데
몇 번 거절하다가 더 거절하기 뭐해서 같이 찍었다.
그 이후로는 자연스레 풀렸다.
시내 투어 중에 제일 볼만한 곳은 블루 모스크였다.
입장료는 5링깃이고 내부까지 들어가려면 옷을 빌려 입고 들어가는 데 또 5링깃을 낸다.
처음에 너무 바깥에만 도는 것 같아 옷을 빌려 입었는데
다른 이슬람 사원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만 관람하는 게 좋다.
2시간 30분 정도의 투어를 마치고 나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우리의 아지트에서 대대적인 루트 수정에 나섰다.
미리 숙소나 교통편부터 예약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얼마 전 TED 영상에서
적당히 일을 미루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적당히 일을 미룰 수 있는지 꼼꼼히 조사해봤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대락 그림을 그리고 모든 것은 출발 당일에 맡기기로 했다.
관건은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줘서 얼마나 환불을 해주냐는 것
우선 일요일까지는 이곳에서의 계획이 있으므로 기회를 봐서 이야기를 꺼내봐야 한다.
몇 시간 동안 여러 정보를 찾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잠시 누웠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섰는데
저 멀리 바다 너머로 아름다운 석양이 비친다.
구름이 다소 많긴 하지만 오히려 운치를 더해주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 찍기 바쁘다.
재빨리 몇 장을 담고,
카메라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한 장면을 수정체 가득 담아 본다.
근처 시장에서 밥을 먹고, 시장 구경을 했다.
한국인이 많이 오는 도시라서 그런지 요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을 재미있게 써붙여 놓았다.
이를 테면 존맛탱, 오지고요, 핵 맛있음. 따위의 표현들 말이다.
말레이시아 상인들의 한국어 발음도 수준급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이 지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활기찬 시장이 있는 도시의 차가운 바닥 위에
예닐곱 살쯤 되는 어린아이들이 갓난아이를 안고 구걸을 한다.
인도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빈민들이 떠오른다.
그들을 마주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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