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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88 "코타키나발루 도착"

4번얼룩말 2019. 8. 27. 23:14

새벽 2시.

그랩 택시를 불러서 KL sentral까지 이동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내려가서 쭉 직진 하면

다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는 곳이 있다.

공항버스 가는 매표소들이 5개 쯤 있고, 맞은편엔 스타벅스가 있다.

2시 40분 쯤 되자 매표소 직원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공항버스 첫 차인 3시 차를 타고 컴컴한 도시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공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난민캠프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에어아시아는 모든 것이 셀프였다.

셀프 체크인 후 수화물을 직접 올려서 찍어야 한다.

조금 버벅이긴 했어도 문제없이 통과되었다.

 

새벽이라 간단한 먹을 거리 외에는 문을 연 곳이 없기에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와이파이가 잘되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조금 저렴하다는 이유로 새벽 첫 비행기를 타긴 했지만

그 덕분에 백만 불 짜리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양털을 깍아 놓은 듯한 구름이 푹신푹신하게 깔려 있고

저 멀리 여명이 노란빛을 띠며 서서히 올라온다.

내가 앉은 좌석이 서쪽 방향이라 조금 아쉬웠다.

 

기압 때문에 귀가 아파온다.

나만 아픈건지 다른 사람들은 멀쩡해 보인다.

침을 꼴깍 삼키고, 코를 막고 숨을 뱉어봐도 별 소용이 없다.

그래도 얼마 안 가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워낙 오래전에 항공권 예매를 해서 기내식을 시킨 사실을 잊어버렸는데

베지테리언 볶음밥(브리야니)이 나왔다. 맛은 형편없었다.

 

코타 키나발루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가까웠다.

버스로 5링깃이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다낭 이후로 이렇게 거리 곳곳에 한글도 많고, 한국인도 많은 것은 처음이다.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라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한글로 써진 카페를 갔는데 완전 마음에 들었다.

2층에 신발을 벗고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한글로 된 책이 가득한 공간이다. 

책을 보다가 지겨우면 저 멀리 푸른 바다를 보거나

수시로 하늘을 오가는 비행기를 보며 저 사람들의 여행은 어떠할까 바라본다. 

 

메뚜기는 어젯밤을 새워서 몹시도 졸린 듯하다.

밥을 먹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카페 옆 한국 식당에서 짜장, 짬뽕,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맛은 괜찮았는데 매운 것을 못 먹는 내 입맛에는 너무 매웠다.

 

체크인 하자마자 씻고 좀비처럼 누워서 잤다.

일어나니 오후 6시.

저녁 마실이나 갈까 했더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산책은 그만두고 근처 식당에서 밥이나 먹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