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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메뚜기가 페낭 힐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빅 부다도 힘들어서 여러 번 거절한 메뚜기가 어쩐 일인가 싶었다.
페낭 힐 갔다 오면 한식을 먹자고 했다.
우리 숙소에서 보타닉 가든 쪽이 가깝기 때문에
보타닉을 거쳐서 페낭 힐로 오르기로 했다.
근처 빵집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보타닉 가든에서 아침을 먹고
지프차가 다니는 길을 통해 5km 길을 오르면 된다.
참고로 보타닉 가든에서 페낭힐 까지 오르는 지프차 요금은 160링깃이다. (아마도 편도요금 일 듯)
처음 시작 구간이 경사가 가장 심하다.
그래도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어서 서로를 보며 묘한 경쟁심으로 올라갈 수 있다.
예전 대학 산악부 시절에는 정말 땅만 보고 가기 바빴다.
무거운 배낭과 무서운 군기
선배들의 빠른 걸음을 따라가기 바빠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여유롭게 걸을 수 있고,
당시 선배들이 정말 많이 나를 기다려 주었다는 사실을, 메뚜기와 산행하며 새삼 느낀다.
간간히 지프차가 다니긴
바람소리와 새소리 가득한 숲길을 걷는 상쾌함이 있다.
푸니쿨라로 올라왔을 때는 절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다.
3시간가량 오르니 페낭 힐에 올랐다.
지난번 구경하지 못했던 해비타트에 가기로 했다.
해비타트는 1억 3천 년 전에 형성된 열대우림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는 가장 유명한 곳은 Canopy Walk way와 Cutis Crest이다.
Canopy Walk way 는 열대우림 사이를 걷는 다리로
운이 좋다면 여러 가지 동물들을 마주 칠 수 있다.
Cutis Crest는 아래가 훤히 보이는 800 미터 상공 다리 위에서 페낭힐을 360도로
관람할 수 있는데 날씨가 좋다면 랑카위까지 구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몰 시간에 맞춰오면 더 좋을 것 같다.
다소 오금이 저리고 아찔하다.
해비타트 기념품 샾에서 본 대나무 빨때와 나무 텀블러가 눈에 아른 거린다.
예쁘긴 했지만 짐이 될까 싶어 다시 내려 놓았다.
하산 길은 올라갈 때 딱 절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내려가며 만난 원숭이들은 먹이를 주는 아저씨 주위로 몰려 들어 차례를 기다리다 서로 싸우기도 했다.
분명 먹이를 주지 말라고 써있었는데.
귀엽다고 주는 먹이가 누군가에게 선의이고 호의일지 모르겠지만
야생동물이 야생성을 잃고 인간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결국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지는 공멸의 길이다.
서식지가 보존되도록 해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중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한식당을 갔다.
오늘은 중간에 빵 하나 먹은 게 전부였으므로 배가 고팠다.
김치찌개, 계란말이, 김치볶음밥을 시켰다.
지난 번에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은 먹을만 했는데
오늘은 세 가지 음식 모두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음식 솜씨였다면 장사 오래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타국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대체로 비싸며 맛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을 뿐이다.
페낭에서의 며칠은 정말 열심히 걸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여기 저기가 쑤신다.
고단한 몸을 침대에 파뭍고 오늘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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