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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새벽 6시쯤이면 잠을 깨곤 하는데

눈 떠보니 9시 30분이다.

전날 피곤했나 보다.

침대에 누워 뭉그적 대다가 11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우선 아침을 먹고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반찬을 진열해 놓고 파는 길거리 식당 중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원하는 반찬을 집어서 계산하는 방식인데

두 명 합쳐서 16링깃. 우리 돈 48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하다.

게다가 맛도 정말 좋았다.

페낭이 말레이시아의 전라도라고 칭할 만큼 어딜 가나 음식 솜씨가 괜찮다고 들었다.

 

콤타로 넘어가서 식물원을 가는 10번 버스를 기다렸다.

다른 버스가 2대가 올 동안 10번 버스가 오지 않는다.

30분을 넘게 기다려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때 마침 페낭힐과 극락사 가는 204번 버스가 오길래 일정을 변경했다.

페낭 힐 까지 2링깃 으로 갈 수 있다.

 

트램을 타고 올라가 바라보는 페낭의 경치

기대했던 만큼의 맑은 날씨는 아니었다.

흐리멍텅한 하늘과 빽빽한 고층빌딩 숲.

조금은 답답했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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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위 쪽의 힌두 사원과 모스크를 구경한 다음

몽키 컵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었다.

그곳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열심히 걸었더니

카페에 들어가서 음료를 주문하고, 입장료를 별도로 또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들어가면 몽키 컵이라는 식물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도중에 해비타트의 스카이 워크를 걷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우리는 극락사를 가기 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극락사는 5시 30분에 입장이 종료되는데

내려오는 트램은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페낭 힐 입구까지 내려왔을 때는 이미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15링깃을 부르길래

그냥 걸어갔다. 실제로 걸어가니 얼마 안 걸렸다.

 

극락사는 중국, 태국, 미얀마의 건축 양식이 결합된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사원으로

30년 넘게 건축을 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연못에 엄청나게 많은 거북이들이 있다.

사원 내부에는 불교용품을 파는 곳들도 있고 예불을 드리는 스님들의 모습도 있다.

저 멀리 거대한 관음보살의 모습도 보이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감상할 수 있다.

우측으로 가면 파고다로 갈 수 있는데 2링깃의 별도 입장료가 있다.

나선형 계단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서 8층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개인적으로는 페낭 힐 보다 경치가 더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당연히 아까 탔던 204번 버스를 타고 반대편에서 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버스기사가 다른 버스를 타라고 하길래 어리둥절 하다가 버스를 놓치고 나서

별 다른 버스 노선 정보가 없길래, 막막하게 기다리느니 204번을 다시 기다리기로 했다.

아까 그 버스 기사가 페낭 힐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니 웃는다.

외국인이라서 잘 모를 수 있다며 그냥 타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콤타로 가기는 했으나,

살짝 돌아가는 방향이어서 다른 버스를 타라고 했었던 것 같다.

왔던 시간만큼 걸렸으니 크게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우리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조금 돌아가도 상관이 없었다. 

 

콤타에서 내려서 차이나 타운 근처로 가서 딤섬이나 먹을까 했는데

걷다 보니 어제 그 골목을 지나쳐 버렸고,

집 근처의 한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된장찌개,  제육볶음 , 냉면을 먹었다.

너무 많이 시켜서 배가 불렀음에도

언제 다시 한국 음식을 먹어보겠냐며 반찬 그릇까지 깨끗이 비웠다.

 

오랫동안 소화가 되지 않는 불룩한 배를 바라보면서

욕심이 과했다고 이내 후회했다.

내 여행도 어쩌면 과도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