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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밤을 발랐던 얼굴에, 강렬한 태양을 이기지 못한 팔다리에
허물이 벗겨진다.
곤충들은 허물을 벗으면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해본다.
카론 비치로 물놀이를 갔다.
며칠 비가 내리지 않아서 깨끗했다. 이런 날씨에 산호섬에 갔어야 한다.
혼자 여행할 때 바다는 그저 멍하게 바라보는 장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수영을 못하기도 했고,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다.
더욱이 이렇게 파도가 높이 치는 곳에는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내었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파도가 오면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때로는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 흐름에 내 속도를 맞추는 것
이 정도 성장을 했으니 작은 허물은 벗은 셈인가 싶다.
잠깐 동안의 물놀이여지만 금세 숨이 차고 힘이 든다.
의식적으로 눈을 감을 때 무의식적으로 코도 막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물안경을 쓰니 되려 코로 물이 더 들어온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코로 물이 졸졸졸 새어 나온다.
그렇게 세 차례나 물을 빼내었는데도 느낌 탓인지 여전히 바닷물이 내 얼굴에서 맴도는 기분이다.
야자수 그늘 아래에 잠시 누워 낮잠을 잔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낮잠이다.
적당한 따뜻함과 선선한 바람
일렁이는 파도소리와 새소리
물놀이로 무거워진 눈꺼풀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르륵 잠이 든다.
숙소로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야시장을 갔다.
매번 들리는 단골집이 있다.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와 밥을 함께 주는 곳인데 늘 2개씩 샀다.
이번에는 1개만 달라고 했는데 습관처럼 2개를 주셔서 그냥 사서 왔다.
다른 반찬들도 미리 샀는데, 덕분에 너무 배가 불러서 음식이 남았다.
그 포만감에 바다와 하늘이 주는 넉넉한 포만감이 더해져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있다.
여행을 지나고 나서도 푸껫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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