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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 비치에서 빠통비치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지만 썽태우 노선이 없다.

걸어가면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더운 날씨에 걷기 싫어하는 메뚜기에게 빠통비치까지 걸어가 보겠냐고 물어봤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가겠다길래 의외였다.

 

우기였지만 푸껫에는 내내 비가 내리지 않다가

며칠 사이 비가 잠깐씩 내린다.

비가 개고 더욱 맑아진 하늘,

구름 한 점 없어서 뜨겁다 못해 따갑기까지 한 햇빛

그 빛을 고스란히 반사하는 아스팔트 열기.

 

그 더위를 뚫고 국토 순례하는 사람처럼 묵묵히 걸어갔다.

혼자라면 목적 없이 걷는 것이 일상이고, 두 시간 정도야 가뿐히 걸을 수 있는데

자꾸 눈치가 보인다.

 

카론에서 빠통비치 가는 길에는 인도가 없는 4차선 도로가 있어서

옆으로 차가 쌩쌩 달려간다.

몇 번의 언덕길이 있는데 그곳에 올라서면

저 멀리 푸른 바다와 카론 시내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빠통비치는 카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마을이다.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하고, 큰 규모의 시장,

그리고 수많은 바들이 있어서 애주가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는데 메뚜기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타이 마사지를 받자고 했다.

카론에서는 기본 300밧인데 , 저렴한 곳을 찾아 180밧에 받았다.

마사지도 가게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지난번 방콕에서는 팔꿈치 관절을 주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발을 많이 사용하신다.

발로 여기저기를 누르고 온몸을 비틀고 나면 절로 신음이 새어 나온다.

받는 순간에는 이런 고통을 왜 겪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받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있어 중독된다.

여러 종류의 마사지를 접했지만

나는 이렇게 강하게 지압해주는 타이 마사지가 좋은 듯하다.

 

마사지를 받고 나서 썽태우를 타고 시내를 거쳐 카론으로 돌아왔다.

카론 해변가에 내려 저물어가는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해안가를 걸었다.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매일 같은 바다. 매일 다른 풍경.

한낯의 지루함도 이 석양을 보기 위해 서라면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어린 왕자는 하루 종일 44번의 석양을 봤다지.

계속 볼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본다 해도 전혀 지루 하지 않을 풍경들.

이 힘으로 내일 하루를 또 버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