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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에 정착한 지 8일째.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이다.

주변에 동물원, 새 공원, 악어 농장, 아쿠아리움 같은 것은 있지만

자연 속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좁은 우리 속에 가둬진 비참한 삶을 구경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으므로

그런 종류의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왓 찰롱을 갔다.

규모는 작았지만 기존에 못 보던 형태의 사원이 있었다.

흔히 보이는 널찍한 지붕의 사원 뒤로 뾰족하게 하늘로 솟구친 모양이었다.

마치 마천루를 보는 듯한 그 모습은 인간의 염원을 하늘 높이 올려 보내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사원 꼭대기에 올라가면 저 멀리 빅 부다의 모습도 보인다.

 

어제 무리를 해서인지, 조금만 걸어도 덥고 어지러웠다.

파도가 마사지 해준 부분도 욱신욱신거렸다.

근처 카페에서 밥을 먹으며 쉬다가 주변에 보타닉 가든이 가까워 가보기로 했다.

 

왓 찰롱 기준으로 30분을 걸어가면 보타닉 가든이 나오는데

주변의 주택들은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주변에 국제 학교가 있었다.

아이들과 푸껫 한 달 살기 등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보타닉 가든에 도착하니 입장료가 500밧.

2명이면 한국 돈 4만 원 수준으로 꽤나 비싸다.

미리 알아봤으면 결코 안 왔을 테지만 이왕 왔으니 들어가기로 했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바나나 잎으로 만든 장미꽃을 준다. 

그것을 들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면 강렬한 빨간색의 대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바깥세상과는 다른 차원이 펼쳐질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강렬한 태양을 야자수 잎이 막아주면서 햇볕이 예쁘게 비친다.

만약 동틀 무렵에 이곳에 올 수만 있다면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원에도 비단뱀과 앵무새가 갇혀 있었다. 

계속 나가고 싶어서 좁은 우리 밖으로 계속 머리를 내미는 비단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비단뱀은 어디 선가 잡혀온 것일까 아니면 여기서 태어난 것일까

차라리 후자였으면 좋겠다.

마음껏 활보하던 자유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여행기간 내내 우리가 본 영화는 혹성탈출 시리즈 8편이다.

인간은 동물에게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

나는 시저처럼 용감하지도 총명하지도 못해서 그들을 탈출시킬 재주가 없다.

 

보타닉 가든 입장료를 내고 나니 돌아갈 차비와 음료 한 잔 정도 마실 정도의 돈 밖에 없었다.

장을 보고 들어가기로 했었지만, 숙소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야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해변으로 갔다.

돗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고

반찬거리 몇 가지를 사 와 집으로 왔다.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