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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더위와 싸늘한 감정의 공기가 뒤섞이며 방안을 감돈다.
냉전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오전까지는 유지해야 내 기분도 풀릴 것 같다.
나의 여행을 해보고 싶어 9시쯤 혼자 숙소를 나왔다.
목적지는 빅 부다였다.
처음에는 썽태우를 타고 가다가 내렸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다.
나와서 한참을 걸었더니 이번에는 길이 없다.
구글맵을 대충 보고 빠른 길만 찾으려고 했더니 헤맨다.
다시 빅 부다를 중심으로 역순으로 길을 찾아서 한참을 걸어갔다.
화가 나면 나 자신에 대한 학대로 이어져, 어제 점심 이후 음료 한 잔만 먹은 상태였다.
가방에는 어제 먹다 남은 물이 세 모금 가량 남아있었지만 진작에 다 먹은 상태였다.
어지럽고 배도 고프고, 계속되는 오르막 길에 쉽게 지쳐갔다.
앉아서 쉴 곳이 별로 없었다. 도로에 그냥 쓰러져 눕고 싶었다.
이런 게 열사병인가 싶었다.
오르막 길에 음료수 파는 듯이 보이는 곳에 가서 물을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께서 채소를 다듬다가 커다란 컵에 얼음을 가득 부어 생수 한 병을 주셨다.
벌컥벌컥 한 병을 다 마시자 한 병을 더 주셨다.
그래도 어지러움은 가시지를 않아서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잠시 엎드려 있었다.
아주머니는 조그만 세숫대야에 얼음을 부어 세수를 하라고 하셨다.
찬물로 얼굴을 씻고, 나머지를 머리에 부었더니 열기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여러 번 돈을 건넸지만 사양하시며 받지 않으셨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코쿤 캅"뿐이었다.
빅 부다를 찾아가는 길에 부처를 만남 셈이다.
다시 한 참을 걸어서 빅 부다에 도착했다.
탁 트인 해변을 바라보며 웅장하게 앉아있는 부처의 모습.
고통은 움켜쥐고 있기에 고통이다.
알면서도 후회를 반복하는 어리석고 나약한 사람들은
거대한 불상의 넓은 품에 지난날의 용서를 빈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적인 깨달음 혹은 심리학에 가깝다.
그래서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도 어떤 종교를 믿을 생각은 없지만 불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내려가는 길을 다시 뜨거운 아스팔트 길로 가기는 싫어서
산길로 내려갔다. 이정표 하나만을 보고 내려가니 숙소 근처였다.
땀으로 흥건한 몸을 씻고 나와 잠시 쉬다가 수영을 가자고 했다.
파도가 세서 수영은 못하고 물놀이 정도로 만족했다.
연신 철썩 대는 버블 마사지를 받았더니 근육통이 생길 정도다.
메뚜기는 신나서 오래도록 물속에 있었는데
오전에 너무 힘을 얘기도 했고, 파도에 여러 번 넘어져 무릎도 아파서 일찌감치 나와 구경만 했다.
돌아오는 길의 노을이 예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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