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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작은 사원이 있다.

며칠간 계속 지나다니면서도 들어가도 되나 싶어 망설이다가

달랏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날 아침 잠시 걸어본다.

사원 뒤편으로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그 빛을 받은 관세음보살께서 온화한 미소로 맞이해준다.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다니는 것은 여유롭지만

머릿속으로 잡생각이 많아서

짧게는 오늘, 내일의 일과를 걱정하고,

길게는 3일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 석 달 후

루트에 대해 머리로 지우고 고쳐쓰기를 반복하느라

잠을 편하게 이루지 못한다.

 

보통 3일이면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정은

되도록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나의 욕심이 담겨있다.

여행을 하면서 탐진치를 얼마나 덜어낼 수 있을까.

 

달랏은 올 때도 힘들었지만 갈 때는 더 고행이었다.

슬리핑 버스 대신 좌석버스를 탔더니

좁고 낡은 버스 뒷좌석엔 기름 냄새가 풍겨오고

도로 상태가 안 좋아서 손잡이를 꽉 붙잡아도 엉덩이가 연신 들썩인다. 

관세음보살께서는 이런 고통과 번뇌 또한 삶의 조각이라고 이야기하셨을까

다시 올 기회가 와도 달랏이라는 도시는 오고 가기 힘들어서 포기할 것 같다.

 

무이네에 도착했다.

마을 자체는 한가롭고 예쁜 것 같은데 뭔가 조용하다.

마을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이 없다.

오로지 관광객들의 소리가 그 공허를 메운다.

 

좌석 버스를 너무 힘주고 타고 왔더니

온몸이 욱신욱신하다.

일찍 잠을 자고 내일 새벽 일출을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