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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의 관광 포인트는 모두 멀리 떨어져 있다.
보통 투어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하루 대절해서 다닌다.
하지만 우리는 배낭여행자니까, 로컬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랑비앙산을 오르는 버스는 딱 1대뿐이다.
한 대가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한 번 놓치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오전 8시 15분쯤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간발의 차로 한대를 놓쳤으므로
우리는 9시 35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랑비앙산 입장료를 끊고는 지프차를 타고 10분가량을 달려서 정상까지 이동했다.
사실 이동수단을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버스가 1대뿐이고, 배차 간격이 너무 넓으므로 지프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마도 걸어갔다면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순간들이 생길 것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편하게 정상에 도착하니 역시 느낌이 밋밋하다.
탁 트인 정상에서 공허함이 맴돈다.
다시 내려와서 커피 농장으로 유명한 곳을 가려했다.
역시 이곳도 멀어서 택시를 타려면 비용이 꽤 든다.
로컬 버스 타느라 힘들었는지 메뚜기가 가지 말자고 한다.
난 커피를 거의 안 마시고 메뚜기를 위한 코스였는데
오전에 커피농장을 방문할 것을 그랬다.
아쉬운 대로 달랏 시장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카페를 방문했다.
스페셜 커피가 있어 주문해봤더니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생애 두 번째 에스프레소다.
어린 시절, 커피는 어른들이 먹는 거야 라는 말을 듣고
스무 살이 되면 커피를 멋있게 먹어봐야지 생각했다.
처음 혼자 커피숍에 가서 마신 에스프레소는 불안한 청춘만큼이나 씁쓸했다.
한약보다 더 쓴 커피를 태연한 척 무심하게 마셨다.
설탕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다시는 에스프레소를 먹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에스프레소라니,
오늘은 설탕을 모두 넣어서 먹었다. 그래도 씁쓸했다.
지금도 커피를 잘 못 마시는 걸 보면 아직도 난 어른이 되기 먼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맑고 뭉게구름이 곳곳에 피었다.
가장 좋아하는 구름이라서 해질녘까지 하염없이 바라봤다.
한 웅큼 담아서 겨울 철 곶감 빼먹듯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그런 구름이다.
달랏은 맑은 하늘과 구름, 그리고 꽃으로 기억될 도시이다.
내일은 무이네로 이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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