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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가 가까운 시간.

차창이 첸나이~ 첸나이 ~를 외치며 다 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내리고 보니 허허 벌판이다.
막막하다. 릭샤도 몇 대 없다.

우리가 숙소로 잡은 에그모어역 근처는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툭툭 기사에게 물어보니 700루피 란다.
다른 승합차는 1000 루피를 달라고 한다.

악명 높은 첸나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조금 깍아서 500정도에 갈 수 있냐고 물어봐도 600이하로는 안깍아준다. 주변에는 릭샤고 없어 흥정하기 힘든 산황이다.

지도를 보니 2km 내외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

9개월 여행 경력의 감으로 분명 에그모어 가는 버스가 있을 것 같았다.

릭샤기사가 뒤에서 계속 부르지만 이미 버스가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니 쿨하게 무시하고 걸어간다.

500루피 정도의 합의를 봤으면 좋았을 텐데 소탐대실이다. 이제 500루피 아니 그 이하라도 탈 마음이 없다.

터미널로 찾아가서 애그모어를 외치니 저 버스를 타라며 알려준다.

1인 31루피로 올 수 있었다.

에그모어 역 근처에 잡은 숙소로 열심히 갔더니만 방이 없단다. 풀 부킹 이란다.

이게 뭔소린가
부킹닷컴으로 예약했다고 하니 캔슬했다고 한다.

따질 기운도 없다. 따진다고 방이 생기는 것도 아니가. 벌써 인도에서만 세 번째 일방적 취소다.

이런 숙소는 정말 패널티를 매겨야 한다. 예약 해 놓은 숙소를 왜 지들 맘대로 취소하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숙소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주변 숙소는 죄다 비싸다. 허름한 숙소가 1200이 넘는다.

이 동네를 빨리 떠나고 싶어 공항 주변에 가면 무승 호텔이 하나 쯤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에그모어 역으로 가서 티루술람 행 열차를 탔다. 단돈 5루피.

첸나이 공항은 출발 4시간 전에만 입장이 허용된다. 우리 비행기는 내일 오전 6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오후 비행기로 예매할 것을 그랬다.

근처 1km내외에 호텔이 몇 개 있지만 메뚜기가 그냥 노숙하자고 한다. 의외였다.

인도루피가 마침 애매하게 남기도 했다.

공항주변이지만 가까운 식당도 달랑 하나다. 그나마 마살라 도사 맛이 괜찮다. 우리는 공항 앞 도로에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하염없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와이파이도 없어 우리는 지루한 시간을 버텨냈다. 책도 읽다가 공항 바깥에 매트 깔고 누웠다가
밥을 먹고 또 돌아다녀도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 충전 콘센트가 있길래 매트를 깔고 미드를 세 시간 정도 봤다. 중간 중간 인도인들이 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왜 거기 있냐고 묻기도 했다.

우리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하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다만 모기가 너무 많아서 50마리 쯤 잡은 것 같다.

오후 10시. 아직 체크인 시간 8시간 전이지만 밤에는 들여보내줬다는 이야기도 있어 다시 가봤다. 다행이 통과 되었다.

거기서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충전 케이블도 많고 무엇보다 화장실에서 세수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나이드니 노숙하는 게 힘들다. 자정이 넘어가니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다.

그래도 꾸역꾸역 시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