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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에서 어딜가려고 해도 멀었다. 뭄바이 24시간 ㅎㅎㅎㅎㅎㅎ 아우랑가바드는 바로 갈 수 없고 아메다바드로 가서 다시 아우랑가바드로 이동이다. 꼬딱지만한 나라(?)에서 살다가 큰나라에서 이동하려니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건 이동 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면과 방지턱 그리고 고속도로의 효율성면에서 상당히 우리나라의 도로와 다르다. 맵스미나 구글지도로도 금방 갈 거리인데 돌고 돌아 사람 내리고 짐내리고 타고 하다보면 어마어마한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게 된다. 어쩌하리 여긴 인도인 것을 ...
이번이동은 거의 3일을 보내야 하므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침 먹고 동네 돌다가 제법 더워지기도 하여 숙소로 돌아와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하다가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고 미리 세수도 했다.
인도 버스는 문을 열든 열지 않든 타고 내리면 흙먼지가 장난 아니다. 얼굴 머리카락 모두 서걱서걱하여 절로 찝찝하다. 올땐 길이 좋다 생각했는데 갈때 타니 다른 길인지 힘들다.
뒤척 뒤척해도 잠이 오지 않는시간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아메다바드 도착 내릴곳을 잘못 내려 릭샤타고 이동하여 그나마 빠른시간대의 버스를 예매했지만 7시에서 4시반까지면 9시간 대기 뭐 어쩔수 없지 호텔에서 쉬는걸 고민했지만 그것도 좀 겁나서 근처의 갈만한곳을 알아보다 맥도날드 도착 만만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그래도 앉아있을만 하다. 맥모닝을 시키고 책을 읽는다. 진이 지니라는 책을 읽는데 눈물이 줄줄
가해자의 트라우마를 다룬 책은 처음인듯하다. 다시 옛날일로 회상하였다.
30년만에 지면에 써보았다. 그 시간 동안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여전히 아프고 힘들었다.
가해자의 트라우마는 내가 용서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어떻게 처리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준다. 난 아직도 미안하고 아직도 없던일이었으면 한다.
죽음이 온 뒤에는 무엇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울어서 두통이 찾아왔다. 나는 잘 살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자유로울 수도 없다. 그냥 떠오르면 사죄하고 떠오르면 기도하는수밖에 그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래 그런것이구나 하며 얼룩말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에게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가해자의 트라우마 그 두개의 양대산맥 같았던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내 지랄맞았던 사춘기가 다시 떠오른다.
그래 여기까지 살아내느라 참 고생했다.
여기까지 잘 왔다.
토닥토닥 했다.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두개다 너무 아팠고 힘들었으니까 ....
고생했다. 마흔이 넘으니 30년이 넘어가니 내가 정면으로 바라보고 소화시키려고 하나보다. 체한것 처럼 걸려있던 내 유년의 아픔들.....
잘 보내주고싶다. 잘 다독이고 싶다.
그래서 잘 살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젠 상처니 뭐니 연연해 하지 않고 일어난 일을 일어난체로 바라볼 수 있길 그럴힘이 생긴듯하다.
다만 미안한 것은 미안하다고 그리고 그렇게 밖에 못한 나에게도 인정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한권의 책을 통해 또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참 고마웠다.
내 생을 다해 살아내리라.
무거웠던 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나와본다. 갈데가 없다. 다시 버스회사로 가서 뭉개고 앉았다. 잠도 좀 짔다. 시간이 되어 물어보니 릭샤를 타고 간단다. 두번의 릭샤를 타고 이동하니 도시의 외곽에 버스가 있다.
버스에 앉아기다리니 한참이 걸린다. 휴~~~ 8시가 다되니 아메다바드를 빠져나간다. 인도는 나의 후각과 청각을 괴롭힌다. 매쾌하고 찌린내가 나는 인도였다. 빵빵 꽥꽥 시끄러운 동네였다. 남자들의 소리는 허세인가 싶을만큼 큰데 여자들의 소리는 잘들리지 않는 곳이다.
그렇게 또 달린다. 만가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잠을 자다가 말고 자다가 만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다 싶을때쯤 휴게소에 들러 볼일을 보고 나면 새삼 참 인간이 행복에 필요한건 많은건 아니다 싶다.
욕심을 부리면 한도끝도 없고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침 10시다. 엘로라 아잔타 석굴을 보려고 들른 아우랑가바드는 처음 내리는 곳 부터 순조롭지가 않다. 예약한 숙소는 예약자 명단에 내가 없다하고 다른 숙소 찾아 삼마리 ~~~
오늘따라 가방도 무겁게 느껴진다.
씻고나니 살거 같다.
나의.잘보이기와 잘못보이기 피하기를 이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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