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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의 몸 상태가 호전되어 위쪽 길로 산책을 걸었다.

어제 메뚜기가 아파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는 바람에

나 혼자 멀리 나가서 먹기도 그렇고 같이 하루를 굶었더니 배가 고팠다.

 

변변찮은 식당이 없어서 

동네 작은 슈퍼에서 과자를 몇 개 사서 걸었다.

 

이곳은 실롱 시내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이라서

외국인을 여간해서 보기 힘들다.

우리가 지나가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소 같은 눈으로 빤히 쳐다본다.

마치 낯선 생명체와 조우한 듯.

 

그 어색함이 싫어서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건네도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이다.

그들은 우리가 떠날 때 까지

한참이나 뒷모습을 바라본다.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실롱의 하늘.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실롱을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다.

간혹 시내에만 머물다가 떠난 사람들은

복잡하고 볼 것이 없다고 떠나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하루만 시간을 내어 조금 깊숙히 들어온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길을 걷는 것이 너무 좋았던 길이다.

도로를 걷다가 산이 병풍처럼 쭉 펼쳐진 곳에 다다랐다.

어떤 곳에선 찻 잎을 따고 있고, 다른 곳에선 열무를 재배하고 있었으며

저 너머엔 아이들이 소를 이끌고 먹이를 주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어우러졌다.

 

우리는 커다란 평상 같은 바위에 누워서

1시간 동안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들었다.

진정으로 힐링되는 시간들이었다.

외국인은 커녕 현지인도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곳이라 더 좋았다.

 

2시간 반의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밀린 빨래를 했다.

다즐링에서는 물이 귀해서 숙소에서 빨래가 금지고

포카라 까지 가는 여정도 만만치 않게 장거리 노선이므로

한 번 재정비를 하고 신성한 히말라야로 가보고 싶었다.

 

빨래 후 잠시 쉬다가

우리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 (걸어서 20분 안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벌써 3일 동안 4번 째 방문이라서 사장님이 차를 서비스로 주셨다.

 

오후 4시 30분 일찍 해가 지기 시작한다.

실롱의 하늘이 참 눈물겹게 아름답다.

어마어마한 고생을 하고 와서 그런지 더욱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