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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반딧불 투어가 예약되어 있어서
오전에 뭘 할까 하다가 메뚜기가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마사지를 받았다.
나는 어깨 마사지만 30분 받았는데, 전혀 시원하지도 않고 태국 마사지가 그리웠다.
동남아 여행의 가성비는 태국이 최고인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하게 된다.
오후 2시 20분 픽업 차량이 도착하고 40분을 빙글빙글 시내를 몇 번이나 돌아서
한국인들만 12명을 꽉 채운 후에 시내를 빠져나갔다.
나나문 까지 가는 길은 역시나 멀었다.
승차감 별로인 승합차를 타고 2시간 동안이나 온몸을 이리저리 부딪치며 갔다.
원숭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고, 식당 밥은 맛이 없었지만,
자연 그 자체로의 감동은 불만을 말끔히 잊게 해 주었다.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맹그로브 숲 사이를 유유히 흘러가고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고 나서
맹그로브 숲 사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반딧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다소 투어시간이 짧은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초승달이 어슴프레 뜬 저녁,
하늘은 온통 별들로 가득하고
맹그로브 숲에서는 반딧불이 미리내처럼 펼쳐진다.
강물도 하늘의 별을 반사하고, 반딧불도 강물 위에 옹기종기 수를 놓는
별이 빛나는 밤이다.
휘황찬란한 빛이 넘쳐나 어지러운 도심의 밤거리와
끊어질 듯 미약한 빛을 내는 반딧불의 대조되는 풍경들.
가장 작은 빛을 보기 위해 가장 화려한 밤거리를 떠나야 하는 역설.
우리는 언제부터 밤을 잊고 살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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