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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91 "키나발루 산 투어"

4번얼룩말 2019. 8. 31. 13:20

어제 장문의 글을 썼으나 날아가서 심히 짜증이 난다.

어제의 기억과 감상과는 또 글이 달라지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다시 써본다.

 

여행 오기 전부터 코타키나발루에 간다면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에 가리라 생각했다.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너무나 가격이 비싸 망설여졌다.

1박 2일 투어에 비용이 1인 최소 1600 ~ 2000 링깃 (48만 원 ~ 60만 원)이다.

그러다가 오늘은 키나발루를 둘러보는 투어를 예약했다.

가격은 1인 150링깃 (4만 5천 원)으로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이틀간 비 소식이 있어서 오늘을 날로 잡았다.

오전 7시 30분 숙소를 빠져나온 투어버스는 한국인 커플과 대만 청년을 더 태운 뒤에 출발했다.

한 시간 30분을 달려 키나발루 산이 잘 보이는 곳에 버스가 정차했다.

4천 미터가 넘는 산이 주는 거대한 위용에 압도되었다.

히말라야 산맥은 얼마나 더 벅찬 감동일까를 생각하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리라 다짐했다.

 

30분간의 자유시간 후 키나발루 국립공원에 들려서 짧은 트레킹을 했다.

가이드는 중간중간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어 단어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이곳은 우기와 건기 시즌 딱 2개다.

건기는 모든 것이 말라버려 먹을 것이 부족하다.

강이 말라서 물고기가 없고,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흙을 먹었다. 

흙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옛날 보릿고개가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서

캐노피 워크와 온천 앞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 보는 사람 다섯 명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다소 어색한 식사를 했다.

음식은 채소 볶음 2개와 닭고기 볶음 2개, 새우튀김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더 먹고 싶었지만 음식도 멀어 손 뻗기도 뭐하고 해서 자제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캐노피 워크를 갔다.

캐노피 워크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별도의 돈을 내야 한다길래 그냥 안 찍는다고 했다.

캐노피 워크는 6m 정도 높이에 좁고 허술한 나무판자 떼기를 걸어가는 것이었다.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크게 출령 거려서 진정 공포체험이었다.

아래를 보니 속이 울렁거리고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등에는 식은땀이 절로 났다.

높은 곳이라도 흔들림만 없다면 괜찮은데, 이렇게 흔들리는 다리는 별로다.

현실도 충분히 공포스러운데, 내가 왜 돈까지 지불하면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었다.

후 달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건넜더니

오 마이 갓.

이런 다리를 총 4개 건너야 한다.

안전을 위해 6명까지만 한 번에 건널 수 있는데 , 누군가의 더 타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도 밀려왔다.

 

간신히 내려오니

가이드가 온천과 계곡 중 선택하라고 한다. 

원래는 온천을 생각했으나 날도 덥고 땀도 많이 흘려서 계곡으로 갔다.

10분을 걸어서 도착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

새끼손톱만 한 물고기들이 맛집 탐방 나서듯 발을 쪼아 댄다.

닥터 피시 같은 느낌일 줄 알았더니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듯 촉감이 별로라서

준비해온 수영복을 입고 그냥 풍덩 들어갔다.

더운 날에는 역시 물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 최고다.

3분만 있어도 한기가 밀려올 정도로 계곡 물이 시원했다. 

 

1시 30분쯤 투어가 끝났는데

돌아가는 길에 라플레시아를 구경하고 싶으면 들린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카메론 하이랜드에서 구경했으므로 차에서 기다리고

나머지 일행은 라플레시아를 보고 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차가 너무나 막혀

6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코타키나발루는 교통체증으로 유명하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옅게 퍼져있어서 석양이 좋을 것 같았다.

숙소에 들리지 않고 바로 석양을 보러 갔다.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회화에서 표현된 석양을 볼 때 초현실주의 같은 느낌이었는데

오늘 이곳의 석양을 보고 나니 극사실주의였음을 깨닫는다.

 

최대한 비슷한 색감을 내보려고

핸드폰 카메라 전문가 모드를 활용해서 노출을 조절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서양인이 말을 건넨다.

 

그 핸드폰 어디 거야?

LG. 한국 꺼야.  전문가 모드로 조절할 수 있어.

아 그렇구나 바르셀로나에는 그런 것이 없어.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고단한 몸을 침대에 파묻으며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예약탐방제가 더 활성화되어서 탐방 압력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산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막걸리 먹는 추태는 더 이상 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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