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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83 "깊은 밤 검은 강물"

4번얼룩말 2019. 8. 23. 00:55
잔뜩 흐린 하늘에서
아침부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길가에 움푹 패인 물 웅덩이에
강가의 수면위에
내 생각의 파도 위에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 나간다.

배낭 안에 차곡차곡 넣어왔을 열정과 낭만들은 언제부터인가 더께가 쌓였다.

때론 심드렁 해지기도, 귀찮아 지기도 했다.

의무감으로 별 볼일 없는 박물관을 구경하고
시시한 크루즈를 타고 야경을 보며 생각한다.

함께 배낭 여행을 떠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나의 욕심이었고,

충분한 준비 없이 따라온 건 메뚜기의 실수였다.


여행 준비하며 , 함께 여행하며
충분히 미뤄 짐작은 했지만

확실히 전해들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런 류의 여행이 지친다는 것.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못들었다.

하나 마나한 질문이었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 앞에 있어도
마음의 짐이 있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건 분명 하다

나는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며 메뚜기도 그러길 바란다.

한국음식과 한국사람들과의 수다가 행복인 메뚜기는 장기여행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오롯이 현재 자신의 행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나의 여행의 해답을 찾지 못했으므로 어떤 결론을 내리던 내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여행이 지겨우면 일상으로 복귀하면 되지만

삶이 지겨워서 떠난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했다.

이 여행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나와 그녀의 여행의 목적지는 같을까 다를까.

깊은 밤 검은 강물 아래로
모든 것 가라앉는다.

한 낮의 더위도
복작거리던 소음들도
냉정과 열정을 오갔던 감정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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