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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란 어렵다.
사파가 그랬고, 달랏도 그랬다. 카메론 하이랜드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비를 퍼부을 거야 라는 경고를 담은 먹구름이 하늘에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낮 동안에는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다가
저녁부터 밤 사이 비가 내린다.
잠시 창문을 열어두고 잤다가 깜짝 놀랄 추위에 깬다.
침낭을 꺼내 덮을까 잠시 고민할 정도 였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꺼운 긴팔 셔츠를 입었음에도 날씨가 쌀쌀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오버재킷을 챙겨 나갔다.
아침으로 반숙 계란 후라이와 두부, 치킨 한 조각을 먹고 나서
간식 몇 개를 챙겨 트레킹을 나섰다.
카메론 하이랜드 트레킹 코스는 구글로 조금만 검색해 봐도 쉽게 나온다.
1번 부터 14번 루트 까지 있는데 숙소에서 가까우면서도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9번 길로 택했다.
숙소에서 내려가 버스정류장 옆 길을 따라서 걷다가 로빈슨 폭포 길로 접어들면 9번 길이다.
처음에는 평이한 산길이 이어졌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의 작은 길이 계속되고,
비가 자주 내려서 미끄러운 구간이 더러 있고 쓰러진 나무 위 혹은 아래로 통과해야 하는 구간도 제법 된다.
길에서 마주 친 두 커플은 아마 도중에 포기하고 되돌아 간듯 하다.
페낭에서 처럼 울창한 열대우림을 기대하긴 힘들고
무성한 나무와 식물들 사이로 걷는 산보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9번 코스로 가다보면 9A와 9B로 나뉘는데 결국에는 비슷한 곳에서 만난다.
크게 오르막은 없었지만 때로는 미끄럽고 나무 사이를 헤치다가 진흙에 빠지기도 해서
내려오니 신발과 바지가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2시간 30분 정도의 트레킹을 마치고 나서 큰 도로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언제 올 지 기약이 없어서
한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걷기로 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 9km 정도 걸으면 숙소였다.
3km 정도를 묵묵히 걸었을 때
Cameron Valley tea 라는 곳이 나왔다.
광활한 녹차 밭이 펼쳐져 있어서 잠시 들렸다 가기로 했다.
입장료는 3링깃이고 전동차를 타고 내려갈 경우 12링깃이다.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는 구간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걸어가도 부담이 없다.
탁 트인 풍경 아래 녹색의 향연을 보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끝이 어딘지도 모를 만큼 광활한 녹차밭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기 바쁘다.
아이들은 미로 같은 녹차밭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재잘댄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녹차와 함께 티라미수 케익을 먹었다.
시원한 바람에 경치도 좋고 달콤한 케잌에 녹차까지 먹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다시 힘을 내서 걸었다.
거의 평지였기 때문에 큰 힘은 들지 않았지만
3km 정도를 앞두고 부터는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해 우비를 입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비가 멎었다.
젖은 옷들을 빨고나서 잠시 쉬다가 숙소 앞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맛있었다. 다만 페낭의 햄버거가 내겐 더 좋았다.
저녁을 먹고 버스 터미널 앞 공원을 산책했다.
여기 아이들은 비누 방울 놀이를 즐겨했다.
비누 방울을 만드는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는 어른들도
즐겁게 동심으로 들어간다.
밤이 되었다.
카메론 하이랜드에 다시 비가 내린다.
여행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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