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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푸껫 살이를 마치고 떠나는 날.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따분했다.

야시장과 카페에 즐거워하던 평범한 일상들.

카론의 바다에서의 석양과 물놀이에 흠뻑 취했던 시간들.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좋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이별은 늘 아쉬운 법이다.

 

한 달 동안 쓴 전기세를 정산했다.

600밧 정도 예상했는데 1200밧이 나왔다.

너무 많이 나온 전기세에 아침부터 두통이 밀려온다.

에어컨도 맘껏 틀지도 못했는데.

 

픽업 차량을 타고 한 시간쯤 달려서 선착장에 도착했다.

작은 보트일 줄 알았더니 커다란 여객선이었다.

흔들림은 적으나 너무 천천히 움직였다.

스피드 보트는 아마 거의 3배 가까이 비싸다.

 

여객선에서 틀어주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다 보니

어느새 피피섬. 다시 보니 반갑다.

태국 어디를 가나 고양이가 많지만

푸껫은 유독 고양이가 많다.

골목골목마다 여기저기에 누워있는 고양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본 드라마에서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기 때문에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오로지 현재만 즐겁게 사는 동물이라고 했다.

그 후로 고양이가 좋아졌다.

고양이 특유의 날렵함과 도도함은 없지만

친근하게 곁을 내어주는 피피섬의 고양이들.

 

숙소에 짐을 풀고서 톤사이 해변 근처 거리를 거닐었다.

피피섬은 도로가 좁아서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

유일한 운송수단은 리어카이며, 골프카를 앰뷸런스로 쓰고 있다.

거리에는 타투샵, 마사지샵, 여행사, 술집들이 줄지어 다닥다닥 붙어있고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들이 있었다.

 

오후 세 시가 넘어서

피피섬으로 당일 투어 온 관광객들이 모두 되돌아 가면

한가해진 해변을 걷기 딱 좋은 시간이다.

바닷물도 투명하지만 부유물이 많아서 수영하기는 썩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거리를 몇 번 걷다가

근처 태국 음식점에서 모닝글로리와 닭고기볶음을 시켜먹고

약국과 주스 가게를 겸업하던 곳 과일 셰이크를 마시며 돌아왔다.

 

별로 한 것도 없고 , 크게 할 것도 없는 곳이지만

섬 자체의 느낌이 좋다.

그래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나 보다.

 

밤을 잊은 청춘들은

음악에 취한 채 흥겹게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숙소에서도 소리가 다 들릴 정도다.

카론에서 한 달 동안 소음 때문에 시달렸는데

여기서는 잠을 편히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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