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가 많이 오더라도 어디론가 갈 예정이었다.

구름은 잔뜩 흐렸지만 비는 거의 오지 않았다.

덥지도 않고 바람도 선선해서 걸을만했다.

 

한 번 마음먹기가 어렵지

나오면 그래도 기분이 좋다.

 

카론에서 카타까지 걸어가다가

내친김에 카론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메뚜기는 지친 기색이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 빼고는

아름답거나 크게 특색 있는 전망대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유명 관광지 전망대에서 볼법한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들이 없어서 좋았다.

그래도 이미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와있었다.

 

점심 때도 가까워졌고, 때 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근처 점찍어 둔 카페로 갔다.

전망대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면 괜찮은 카페가 하나 있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다.

만약 카론 전망대 근처를 들릴 일이 있다면 또 한 번 방문해도 괜찮을 곳이다.

 

며칠 만에 많이 걸었다.

내게 걷는다는 것은 과거로의 여행이다.

걸으면서 수 많은 과거의 나와 마주한다.

유년 시절의 내가 뛰어가고, 청년 시절의 내가 걸어간다.

 

기억하고 싶으나 떠오르지 않는 과거와

잊고 싶으나 잊혀지지 않는 과거 사이에서

그때마다 나의 선택은 적절했을까

지혜롭게 늙고 싶다는 나의 소망과는 달리

아무리 먼 곳으로 떠나도 결국은 숙소로 오게 되는 여정처럼

나의 생은 결국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아닐까

오늘 따라 옛 생각이 많이 난다.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다시 돌아갈 곳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