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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세계여행 D+263 "다시 방문한 립톤싯"

4번얼룩말 2020. 2. 20. 13:49

간밤에 일어났더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직까지 앙금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심장이 쓰렸다.

 

전날의 냉전상태가 계속되었지만

어제 립톤싯이 너무 좋아서 미리 툭툭을 예약해둔 터였다.

갈까 말까 하다가 옷을 챙겨입으니 메뚜기도 준비한다.

 

새벽 5시 툭툭을 타고 이동하는데

이번에는 편도라서 그런지 매표소 입구에서 내려주고 걸어가란다.

1.5km 정도 되는 거리라서 제법 되는 데다가

아직 컴컴한 새벽이었다.

 

밤하늘의 별과 달이 희미해져 가는 풍경이 좋아서 

나는 삼각대를 펼쳐놓고 사진을 찍고

메뚜기 먼저 가라고 손전등을 쥐어 주었다.

 

생각보다 빨리 해가 올라오는 바람에

나는 경보 수준으로 걸으며 사진을 찍곤 했다.

 

분명 어제보다 맑은 날씨였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날씨인데

풍경은 뭔가 밋밋했다.

탁 트인 하늘에 태양만 덩그러니 있으니 외로워 보였다.

태양도 주변의 구름들이 함께 있어야 더욱 빛나는 존재였다.

세상에 저 홀로 아름다운 존재는 없다.

 

립톤 싯에 갔더니 메뚜기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다른데 사진 찍고 오려나 하고 봐도 안 보여서

대충 사진 찍고 먼저 내려가려고 했다.

 

그때 메뚜기가 위에 찻집에서 날 손짓한다.

사모사와 차를 곁들여 아침을 대충 먹고

우리는 아랫마을로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각자의 생각대로 각자의 발걸음을 옮긴다. 

사이가 좋았더라면 수십 장의 사진을

더 찍었을 아름다운 풍경들을 뒤로하고

묵묵히 8km가량을 걸었다.

 

처음엔 날씨도 선선하고 주변 풍경도 좋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덥고 길은 멀었다.

계속 걷다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것 같아서

우리도 잠시 기다렸다가 버스를 탔다.

 

4시간의 산책 후 숙소로 돌아와 누웠다.

밥을 혼자 먹기도 싫고

같이 먹자고 하기도 싫어서

하루 종일 빵 몇 조각으로 때웠다.

 

우리는 필요한 최소한의 언어로 소통하며

내일 이동할 도시에 대한 정보와 숙박업체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