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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와라 엘리야에서 3일 동안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호튼 플레인즈를 아쉽게 못 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어제 날씨가 맑았고
프랑스 동행 2명이 구해졌다기에 오늘도 맑음에 기대를 걸었다.
새벽 5시 주인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10분 거리에 있는 다른 숙소에서 프랑스 인들을 태우고
굽이 굽이 산길을 올라간다.
비몽사몽 졸면서 올라가다가
메뚜기가 깨워서 보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라산 보다 해발고도가 높은 이곳에
구름이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잔뜩 깔려있고, 그 위로 붉은 색깔이 서서히 창공을 뒤덮기 시작했다.
호튼 플레인즈 까지는 아직 거리가 조금 남았으나
대부분의 기사들은 일출 시간에 맞춰
뷰포인트 몇 군데에 내려서 사진을 찍게 해 주셨다.
운해 너머로 올라오는 태양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지금껏 9개월 동안 봤던 어느 일출보다 황홀했다.
더불어 스리랑카가 나에게 최고 여행지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호튼 플레인즈의 비싼 입장료에 순간 속이 쓰렸으나
입구를 통과하면서부터는 그 마음을 싹 잊게 해주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하늘과 구름은
호튼 플레인즈의 아름다운 풍광을 더할 나위 없이 빛내주었다.
세상의 끝을 돌고 오는 코스는 보통 3시간 정도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시간 30분이었다.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세상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명칭이 처음엔 의아했다.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처럼 극지방에 가깝거나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사막이라면
세상의 끝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 한데
이곳은 지리적으로도 기후적으로도 세상의 끝과는 너무 안 어울린다 싶었다.
이렇게 좋은 곳이 세상의 끝이라면
누구든 세상의 끝을 향해 오고 싶어 할 것 같다.
별로 쉬지 않고 돌았음에도 2시간 30분은 너무 짧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었는데
기차 시간도 있고 해서 아쉬웠다.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하루 야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튼 플레인즈에서 가까운 기차역에 내려주었는데
그곳에는 하푸탈레행 기차가 서지 않기 때문에
미리 끊어 놓은 우리 기차표는 소용이 없었다.
결국 천 루피를 더 줘서 나누오야 기차역으로 가달라고 했고
2시간 정도를 달려 하푸탈레에 도착했다.
시내라고 할 것도 없이 작은 동네지만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고 무엇보다 호텔의 와이파이가 빨라서 좋았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장시간 걷고 이동한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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