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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에 와서 그동안의 여행과는 비교안 될 정도로
넓고 쾌적한 숙소에 머물다 보니
공간이 주는 힘이 참 크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비좁게만 살아온 서울에서는
마음의 여유를 둘 공간조차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예전에 아주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제목만 보면 삼류 로맨틱 코미디 같은데 그건 번역가들의 잘못이고
내용이며 미장센이 꽤 괜찮다.
초반부에 나오는 내레이션에 나는 무척이나 공감했다.
이혼, 폭력, 우울증, 공황 장애 같은 현대인의 질병은 모두 건축가들 때문이라는 것.
비좁고 차갑고 단절된 회색도시에서
우리가 로맨틱한 삶을 꿈꾼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더 이상 포기할 것도 없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오늘은 옆 동네로 숙소를 옮겼다.
저렴하고 좋은 숙소들이 많아서 다른 곳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직선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통하는 길이 없어서 빙 둘러서 25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
평소라면 당연히 걷겠지만,
이왕 여유 부리는 것 택시를 탔다.
고작 몇 분 타는데도 38000 IDR이었다.
그마저도 잔돈이 없다고 해서 50000 IDR 줘버렸다.
새로운 숙소는 경치가 더 맘에 든다.
숙소 앞에는 논이 펼쳐져 있고, 오리들이 걸어 다니며 개구리가 개굴개굴 울어댄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석양을 봐도 괜찮겠다.
숙소는 2층이다.
2층 계단 사이에 창문이 하나 있는데 멀리서 보면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침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동향이라서 아침 해 뜨는 것이 잘 보인다.
발코니에 있는 나무 테이블도 맘에 들고 욕조와 수영장도 있다.
심지어 먼저 숙소보다도 저렴하다.
약간 더 멀어졌지만 괜찮다.
발리의 다른 지역으로 갔더라면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하거나,
어쩌면 서핑을 배웠을지도 모르지만
우붓에서 계속 머무르기로 했기에
요가를 배우기로 했다.
인터넷에서도 많이 찾아보고
우붓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추천도 받아 봤지만
일단 숙소와 거리가 멀었다.
요가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그 근처에 숙소를 잡는데
우리는 중간에 한 번 해볼까 라는 마음이었기에
유명한 곳보다는 지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해야 했다.
우붓의 추천 요가 클래스 중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Radiantly alive yoga를 들렸는데
첫 느낌은 종로의 토익 어학원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대 별로 강사 이름이 쭉 적혀 있고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는 서양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용히 소수로 운영되는 곳에서 요가를 하고 싶었다.
골목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니
Sang spa & yoga class가 있었다.
물어보니 오전 , 오후 딱 2 타임이고, 인원도 많지 않다고 했다.
가격도 보다 저렴했다.
서울에 있을 때도 2달 정도 요가를 했던 적이 있다.
이사를 하고 또 시간에 여유가 없어 더는 못했지만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서울과 비교해보면 우붓의 요가 강습은 꽤 비싼 편이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수업 한 번 듣는데 보통 75,000 ~ 130,000 IDR이다.
물론 더 많이 들을수록 할인율은 커지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으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자연 속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요가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요가 등록을 마치고 숙소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넉넉한 공간 속에서 오늘 하루도 여유롭게 마무리하며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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